
11월 5~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5 로보월드’ 컨퍼런스는 인공지능이 로봇의 형태로 구현되는 과정을 중심 주제로 다뤘다. 기자는 이 중 2일차에 참관했다. 해당 일정은 오전 AI 세션, 오후 자동화(Automation)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산업계와 학계 모두 인공지능이 로봇산업의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올해 한국 로봇산업계는 휴머노이드 기술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확실히 정조준한 모습이었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에서 비전 언어모델(VLM), 나아가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obot Foundation Model·RFM)로 이어지는 기술 발전 단계가 로봇의 범용화와 자율화를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공지능이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어 물리적 세계를 이해하고 반응하는 단계로 진입하면서 로봇이 산업 장비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움직이는 지능체’로 인식되기 시작한 모습이다.
다만 피지컬 AI의 파운데이션 모델이 가진 한계도 논의됐다. 학습량이 늘어날수록 성능이 향상되지만 그에 비례해 학습 비용이 급격히 상승하는 특성 때문에 무어의 법칙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 성능이 2년마다 두 배로 오르고 가격은 절반으로 떨어진다는 산업계의 경험칙이다. 그러나 초대형 인공지능 모델은 이 공식에서 벗어나 있다. 모델이 커질수록 더 많은 GPU와 대용량 서버, 전력, 냉각 시스템이 필요해지며 비용 증가 속도가 성능 향상 속도를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로봇산업에서 사용되는 파운데이션 모델은 인간의 언어와 시각, 공간 인지를 동시에 학습해야 하므로 일반 AI보다 훨씬 많은 연산이 요구된다. 데이터 확보와 학습에 들어가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면서 산업계 전반에서 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연산 효율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파운데이션 모델의 경제적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비용 부담은 존재하지만 AI 모델이 로봇에 탑재되면서 자율성과 활용 폭을 동시에 넓히고 있다”며 기술의 진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회의론과 낙관론이 교차한 가운데 로봇이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미래에 대한 논의가 더욱 구체화된 모습이다.
현대자동차 로보틱스 랩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공정 내 AI 기반 로봇이 자체적으로 오류를 감지하고 수정하거나 인간 작업자와 협업해 효율을 높이는 실제 적용 사례를 소개했다. 이 사례들은 로봇이 판단 능력을 갖춘 협업 주체로 발전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남부 덴마크(University of Southern Denmark) 대학교 연구진은 로봇의 자율 행동에 대한 ‘AI 보안 및 검증’ 연구를 발표했다. 로봇이 스스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예방하기 위해 행동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알고리즘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향후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형 로봇의 상용화에 있어 핵심적인 기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오후 세션의 주제는 자동화였다. ‘Driving Innovation with Automation and Connectivity’라는 슬로건 아래 산업 현장에서 AI와 로봇이 결합한 자동화 솔루션들이 대거 소개됐다. 한화로보틱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해 통합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한 사례를 발표했다.
여기서는 공정 최적화, 생산 라인 효율화, 로봇 간 협업 등 다양한 실증 데이터를 통해 한국 로보틱스 산업계가 이제는 로봇을 납품하는 시대를 넘어 로봇이 작동하는 ‘솔루션’을 판매하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다수의 로봇 제조기업들은 한화로보틱스와 유사한 방향으로 전략을 옮기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설계하고 운용까지 포함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기업마다 개발 기준이 달라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여전히 산업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제조사가 서로 다른 규격과 프로토콜을 적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로봇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술과 노하우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표준화 움직임은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도 진행 중이지만 속도는 더딘 편이다. 자동차 산업이 각기 다른 부품 공급망을 통해 점진적으로 구조를 확립해온 것처럼 로봇산업 역시 세분화된 생태계로 발전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산업용, 물류용, 서비스용, 의료용 등 특수 목적형 로봇이 빠르게 등장하면서 이미 산업 분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개발하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각 회사가 자사 기준에 따라 기술 구조를 설계하면서 표준화 부재 문제도 함께 떠올랐다.
현재 대부분의 로봇 제조사는 독자적인 제어 방식과 통신 규격을 사용하고 있다. 비슷해 보이는 산업용 로봇이라도 제조사마다 작동 언어와 데이터 포맷이 달라 서로 다른 기종의 로봇을 한 시스템 안에서 함께 운영하기가 쉽지 않다.
로봇이 늘어나고 산업 현장이 복잡해질수록 이런 ‘호환성의 벽’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제조사의 로봇을 통합적으로 제어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과 솔루션 개발이 산업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정부와 국제기구 차원에서도 로봇산업 표준화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표준화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이미 시장이 빠르게 분화된 만큼 통일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각 기업이 이미 자체 시스템을 구축한 상황에서 국제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술 조정과 이해관계 조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자동차 산업의 성장 과정과도 닮아 있다. 초창기 자동차 산업 역시 제조사마다 부품 규격이 제각각이었고 표준화가 이뤄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엔진, 타이어, 센서 등 세분화된 부품 공급망이 형성됐고 이로 인해 산업 전체가 급격히 확장됐다. 로봇산업도 현재 그와 유사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봇의 팔, 손, 눈, 제어 알고리즘 등 특정 기능만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기업들이 등장하면서 산업 생태계는 점차 다층적으로 확장되는 양상이다.
결국 로봇산업은 지금 ‘표준화 이전의 성장기’를 지나고 있다. 각 기업의 독자 기술이 난립하는 상황 속에서도 통합 제어 기술과 호환성 확보가 향후 시장 주도권을 가를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의 분화는 필연적인 진화 단계이며 시간이 지나면 자동차 산업처럼 표준화와 전문화가 공존하는 구조로 발전할 것이다.
이는 로봇산업이 일종의 ‘생태계 산업’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 통합과 표준화의 속도가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새로운 요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BEST 뉴스
-
글 한 줄 안 쓰는 AI, 3주 만에 기업가치 75억 달러? '의사결정 AI' 제브
문장을 만들지 않고 판단만 내리는 AI 모델 '제브(Jev)'를 내놓은 미국 스타트업 타입세이프AI가 출시 한 달도 안 돼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타입세이프AI는 9일(현지시간) 8억7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75억 달러다. 시리즈A는 초기 시드 투자 이후 사업 확... -
메타의 부활?…신제품 '뮤즈'가 깨운 CPU 수요
메타플랫폼스가 지난 8일 출시한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Muse)'가 열흘 만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무료 앱 1위에 오르면서 메타 주가와 반도체주가 동반 급등했다. 뮤즈는 질문에 답만 하는 기존 챗봇과 달리 사용자를 대신해 여러 단계의 일을 직접 처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메일 달력 결제 건강 쇼핑 스... -
정답 대신 '푸는 과정' 채점한다…해커랭크 AI 면접관 '차크라' 정식 출시
개발자 채용 평가 플랫폼 해커랭크가 AI가 직접 면접을 진행하고 지원자를 채점하는 AI 면접관 서비스 '차크라(Chakra)'를 정식 출시했다. 지원자가 문제를 푸는 동안 AI가 작업 과정을 지켜보며 질문을 던지고 결과물뿐 아니라 답에 이르는 사고 과정까지 평가하는 방식이다. 해커랭크는 미국 현지시간 5일 약 6개월... -
AI가 경찰에 '가짜 살인 제보'… 앤트로픽, 내부 테스트 인터넷 끊었다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이 자사 AI 모델 '클로드'가 테스트 도중 실제 웹사이트의 보안 허점을 파고들고 경찰에 허위 살인 제보까지 접수한 사실을 공개했다. 앤트로픽은 감시 체계가 이런 행동을 확실히 잡아낸다는 점이 확인될 때까지 모든 내부 평가에서 실시간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기로 했다. 앤트로픽은 9일(현... -
AI가 쏟아낸 '가짜 취약점 신고'에 구글 오픈소스 버그바운티 중단
구글이 AI로 만든 엉터리 보안 취약점 신고가 급증하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버그바운티 프로그램의 핵심 부문을 중단했다. 버그바운티는 외부 보안 연구자가 소프트웨어의 보안 허점을 찾아 알려주면 기업이 포상금을 주는 제도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취약점 보상 프로그램(OSS VRP)'의... -
챗GPT, 이제 글 대신 '화면'으로 답한다…GPT-6 출시
오픈AI가 챗GPT 답변에 그림과 차트는 물론 직접 눌러 조작할 수 있는 버튼과 계산기까지 담는 새 기능을 내놨다. 글자로만 답하던 대화형 AI가 질문에 맞춰 화면 구성을 스스로 짜는 방식으로 바뀐다. 오픈AI는 7일(현지시간) 차세대 모델 'GPT-6'를 챗GPT의 일반 대화 기능에 적용하고 '인텔리전트 UI'를 함께 공개...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미국 연방기관서 '딥시크' 퇴출… 딥시크로 만든 외부 서비스도 금지
-
사람보다 6배 더 일하는 AI…앤트로픽 기술직 신입 채용 비중 3분의 1로
-
인도서도 ‘AI 에이전트 이탈'…시험용 AI가 기업 서버 뚫고 개인정보 열람
-
앤트로픽 성장률 147% → 45%로 꺾였다…웨드부시 "AI 수요 둔화 신호 아냐"
-
도이체방크 "AI 초지능 2030년 올 수도…모델 한 번 학습에 9000억 달러"
-
글 한 줄 안 쓰는 AI, 3주 만에 기업가치 75억 달러? '의사결정 AI' 제브
-
AI가 경찰에 '가짜 살인 제보'… 앤트로픽, 내부 테스트 인터넷 끊었다
-
AI 폭주 조사하던 오픈AI 안전 연구원 3명 해고…공개서한으로 "입막음" 반박
-
AI가 쏟아낸 '가짜 취약점 신고'에 구글 오픈소스 버그바운티 중단
-
오픈AI 안전보고서 쓰던 내부자의 폭로 "AI 연구소, 원전처럼 운영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