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이 인공지능(AI) 시대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예상치 못한 딜레마에 직면했다. 세계 최대 커뮤니티 플랫폼 중 하나인 레딧은 오픈AI와 구글 같은 AI 기업들이 자사 데이터를 활용해 챗봇 서비스를 고도화하면서 오히려 트래픽이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스티브 허프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AI 챗봇은 우리 플랫폼의 주요 트래픽 유입원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AI 기술이 정보를 요약해 전달하는 방식이 레딧의 이용 패턴과 맞지 않으며 오히려 사용자의 직접 방문을 줄이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레딧은 2025년 3분기 실적에서 매출 5억85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68% 성장했다고 밝혔다. 일간 활성 이용자는 1억1600만명, 주간 이용자는 4억4400만명으로 각각 20%와 31% 늘었다.
그러나 허프먼은 이 성장이 AI 기술 덕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트래픽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구글 검색을 통해 들어오고 나머지는 사용자가 직접 접속하는 경우”라며 “챗봇은 아직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가 새로운 검색 방식을 열었다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레딧의 주된 유입 경로는 여전히 전통적인 검색 엔진과 커뮤니티 충성도에 기반한 직접 방문이라는 것이다.
레딧은 2024년 5월부터 데이터 보호 정책을 강화하며 LLM(대규모 언어모델) 기업들의 무단 크롤링을 제한했다. 상업적 사용을 위해서는 반드시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레딧은 오픈AI, 구글과는 데이터 사용 계약을 체결했지만 Anthropic과 Perplexity 같은 기업들과는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는 자사 콘텐츠를 학습 재료로 활용하면서도 트래픽을 돌려주지 않는 AI 기업에 대한 불신이 누적된 결과다.
허프먼이 AI에 회의적인 이유는 기술적 한계보다 비즈니스적 현실에 가깝다. 챗봇은 사용자가 궁금한 답을 대화형으로 즉시 제공하므로 더 이상 레딧 링크를 클릭할 이유가 줄어든다.
과거엔 사용자가 ‘레딧에서 본 글’을 찾기 위해 검색엔진을 통해 들어왔지만 이제는 챗봇이 답을 요약해주며 방문 자체가 사라지는 구조다. 이는 레딧의 광고 기반 수익 모델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AI가 정보를 모아주는 대신 커뮤니티로의 연결을 끊어버린 셈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도 레딧은 외부 챗봇과의 경쟁 대신 내부 AI 도입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회사는 현재 전체 검색의 20%를 AI 기반 ‘Reddit Answers’가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프먼은 “AI를 검색과 통합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더 빨리 찾게 하고 있다”며 “앞으로 몇 분기 내에 AI와 검색의 완전한 통합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부 챗봇이 아니라 플랫폼 내부의 AI 도구가 커뮤니티 경험을 개선하는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레딧은 신규 이용자 유입 과정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허프먼은 “신규 사용자가 첫 세션에서 레딧의 매력을 바로 느낄 수 있도록 관련 콘텐츠를 빠르게 연결해주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AI가 사용자 취향을 분석해 적합한 서브레딧과 게시물을 추천함으로써 초기 이탈률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레딧은 AI를 기반으로 한 ‘간소화된 온보딩 시스템’을 실험 중이며 이를 통해 신규 사용자의 커뮤니티 정착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 보면 레딧은 외부 챗봇과의 경쟁이 아니라 내부 AI 활용을 통해 플랫폼 생태계를 강화하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AI 기업들이 레딧 데이터를 학습에 이용하며 새로운 시장을 확장하는 동안 레딧은 그 데이터를 수익화 자산으로 바꾸고 동시에 사용자 경험을 고도화하는 데 투자하고 있다. AI가 적이 아닌 도구로 기능하도록 생태계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레딧의 AI 전략은 ‘공생보다는 자립’에 가깝다. AI 기술이 외부에서 트래픽을 빼앗아간다면 내부에서 새로운 검색 구조와 맞춤형 커뮤니티 연결로 이를 상쇄하겠다는 계산이다.
허프먼은 “AI 챗봇이 당장 큰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레딧 내부의 AI 기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AI를 적대시하기보다 플랫폼에 녹여내어 커뮤니티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그 과정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다시 자산화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AI 시대의 레딧은 생존을 위해 AI를 외부가 아닌 내부로 끌어들이고 있다. 데이터는 더 이상 무료로 제공되지 않으며 커뮤니티 경험은 AI로 보완된다. 이는 아주 큰 변화다.
챗봇이 정보를 흡수하며 트래픽을 잠식하는 동안 레딧은 그 데이터를 되팔고 AI로 사용자를 다시 붙잡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AI가 커뮤니티의 경쟁자가 아닌, 커뮤니티를 재구성하는 도구로 변모할 수 있을지 레딧의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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