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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 AI 자율운항 시대 향한 질주

  • 고건 기자
  • 입력 2025.10.0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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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선업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자율운항 기술 경쟁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10월 들어 AI 기반 자율운항선박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며 세제 지원을 포함한 대규모 R&D 정책을 내놓았고 조선 3사는 이를 실제 적용으로 옮겨가고 있다.


10월 1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도 성남시 HD현대 글로벌 R&D센터에서 열린 ‘AI 대전환 릴레이 간담회’에서 자율운항선박과 드론 분야를 차세대 산업 육성의 핵심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선원 승선이 불필요한 수준의 자율항해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명확히 했다. 같은 자리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AI 자율운항 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고 연구개발 투자와 시설 확충에 세액 공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300억원 규모의 실증사업 추진 계획도 발표됐다. 국내 연안에서 실증 항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안전기준을 정립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생태계 조성에도 나섰다. 해운·조선·AI·연구기관이 참여하는 ‘K-자율운항선박 얼라이언스’를 올해 4분기 내 공식 발족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주요 조선사뿐 아니라 자율항해 시스템, 기관자동화, 화물 운송, 항만 연계 분야 기업들이 포함된다. 산업계와 정부가 공동으로 기술 검증 체계를 마련해 국제 인증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현장에서는 탄소 규제와 에너지 전환이 이 기술 도입의 직접적인 동력이 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 장광필 부사장은 간담회에서 “2027년부터 탄소세 제도가 도입되면 연료비와 탄소세 부담이 선주 비용의 80%를 차지할 수 있다”며 “지능형 자율운항 기술을 통해 연비를 최적화하고 항로를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조선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이동연 부사장도 “AI 팩토리에 대한 세제 지원이 중소 조선소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사들의 기술 개발은 이미 실선 검증 단계에 들어섰다. 삼성중공업은 AI 기반 자율운항 시스템 SAS(Samsung Autonomous Ship)를 탑재한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으로 태평양 횡단 실증을 완료했다. 

 

이 선박은 미국 오클랜드에서 대만 가오슝까지 약 1만km를 항해하며 224회의 자동 제어를 수행했고 선원 개입 없이 정시 도착에 성공했다. SAS는 3시간 단위로 기상 데이터를 분석해 경로를 자동 수정했고 최적 속도를 유지하며 연료 효율을 높인 것으로 보고됐다. 삼성중공업은 이 기술을 기반으로 에버그린과 공동 연구를 추진하며 상용화 단계를 앞두고 있다.


HD현대 그룹의 계열사 아비커스(Avikus)는 올해 자율운항 시스템 실선 적용을 위한 미국선급협회(ABS) 인증을 획득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는 ABS로부터 차세대 자율운항 기술의 실선 시험 운항 승인(Approval in Principle)을 받았으며 실제 선박에 탑재 가능한 수준의 기술 성숙도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이미 아비커스와 차량운반선 7척에 AI 기반 자율운항 솔루션을 적용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오션도 DS4라는 독자 자율운항 플랫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율제어, 충돌회피, 기관 자동화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시스템으로, 향후 군사용 무인선박 사업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조선 3사는 공통적으로 AI 비전 인식, 센서 융합, 데이터 기반 항로 최적화 기술을 중심으로 개발 중이며 실제 해상 운항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딥러닝으로 재훈련하는 구조를 갖췄다.


국제 인증기관들도 한국 기술을 적극 검증하는 추세다. 미국선급협회(ABS)는 10월 3일 HD현대의 자율운항 기술에 대해 실선 적용 준비가 완료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존 시뮬레이션 수준을 넘어 실제 운항에 필요한 안정성과 안전 기준을 충족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정부 정책과 기업 간 협력이 맞물리면서 한국이 자율운항 기술 상용화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본다. 

 

AI와 해양기술의 결합은 선박 운항의 전 과정—항로 설계, 기상 대응, 연료 제어, 항만 연계—을 데이터 기반으로 재구성하는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선사에서는 자율운항 기술을 통해 운항비용의 20~25%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되고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자율운항선박 시장은 2030년까지 약 254억달러, 우리 돈 34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조선 3사는 이미 LNG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차량운반선 등 주요 선종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어 기술 상용화 시점에 가장 빠르게 시장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에서는 이제 자율운항 기술을 조선업의 ‘두 번째 엔진’으로 보는 분위기다. 선박의 하드웨어 경쟁력이 일정 수준에 이른 상황에서 AI 기술은 운항 데이터, 안전성, 친환경성, 비용 절감이라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조선업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업의 현 상황에서 정부의 실증 지원과 국제 인증 협력, 그리고 기업들의 공격적 투자가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보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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