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테크 위크 행사 무대에 오른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AI 열풍을 “산업적 거품(industrial bubble)”이라 규정했다.
현재 AI 업계는 자금이 비이성적으로 쏠리는 과열 단계에 진입했으며 모든 아이디어와 실험이 무차별적으로 투자를 받는 비정상적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베이조스는 “지금처럼 모두가 흥분할 때는 모든 실험과 회사가 자금을 받는다. 좋은 아이디어와 나쁜 아이디어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술적 혁신이 아닌 자본의 유입이 산업을 끌어올리는 현상은 전형적인 거품의 징후로 해석된다. 비즈니스의 펀더멘털과 시장 평가가 괴리되고 투자자들이 미래 기대감에 과도하게 베팅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러나 베이조스의 메시지는 “이건 진짜다(This is real)”였다. 그는 거품이 존재하더라도 그 안의 기술적 본질은 실체가 있으며 산업 전반의 변화를 이끌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전력·데이터센터·반도체·소프트웨어 등 전 산업에 걸쳐 인프라 재편이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AI 열풍은 그 자체로 실체를 가진 산업 전환의 신호라는 시각이 담겨 있다. “거품이 꺼질 수도 있지만 이 기술이 현실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기술 진보에 대한 확신을 드러낸다.
베이조스는 이번 AI 거품을 금융 거품과 구분했다. 2008년 금융위기 같은 금융 거품(financial bubble)은 시스템 리스크와 자산 붕괴를 초래하지만 산업적 거품은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기술 성숙과 인프라 구축을 촉진하는 긍정적 결과를 남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바이오텍과 닷컴 붐도 그랬다. 먼지 속에서 승자가 남았고 사회는 그 혁신을 누렸다”고 회상했다. 거품이 꺼질 때 수많은 기업이 사라지겠지만, 그 과정에서 남는 기술은 다음 세대의 경제를 지탱하는 자산으로 전환된다는 시각이다.
아마존의 초창기, 닷컴 버블 시기 아마존의 주가는 113달러에서 6달러까지 추락했지만 실적은 계속 개선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시장의 공포와 실제 비즈니스 사이 괴리가 극단적으로 벌어졌던 그 시기를 통해 거품의 양면성을 배웠다고 언급했다. “그게 거품의 특징이다. 평가가 펀더멘털과 완전히 괴리될 수 있다”며 지금의 AI 붐도 그와 유사한 구조라는 판단이다.
토리노 무대에는 골드만삭스 CEO 데이비드 솔로몬도 함께했다. 솔로몬은 AI 관련 자본이 과열돼 있다며 향후 12~24개월 내 시장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지금 투입된 자본 중 일부는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는 리셋이 있을 것”이라는 발언으로 투자자들에게 경계심을 촉구했다.
직접 ‘거품’이라는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현재 시장의 자금 배분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점에는 공감했다.
시장 조사기관 MacroStrategy Partnership은 AI 거품의 규모를 닷컴 붐의 17배, 2008년 부동산 거품의 4배 수준으로 추정했다. 과열의 정도가 과거 어느 시점보다 심각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이런 투기적 자금의 유입이 결국 인프라 확대와 연구개발을 가속화하는 순기능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이클은 거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베이조스는 AI 인프라의 미래도 언급했다. 태양광 에너지를 활용한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 가능성을 제시하며 지상 시설보다 냉각 효율과 에너지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장기적으로 AI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물리적 제약을 넘어 우주로 확장될 수 있다는 비전을 내포한다.
AI의 본질이 소프트웨어 경쟁을 넘어 에너지·우주·통신을 통합하는 총체적 산업 전환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고다.
AI를 둘러싼 기대와 경계는 이제 동일한 문장 안에서 공존한다. 기술 혁신을 향한 낙관과 자본 과열에 대한 불안이 동시에 작동하는 복합적 국면이다. 시장은 베이조스의 “이건 진짜다”라는 말에 동감하면서도 동시에 그 말이 또 하나의 거품 신호로 기록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BEST 뉴스
-
글 한 줄 안 쓰는 AI, 3주 만에 기업가치 75억 달러? '의사결정 AI' 제브
문장을 만들지 않고 판단만 내리는 AI 모델 '제브(Jev)'를 내놓은 미국 스타트업 타입세이프AI가 출시 한 달도 안 돼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타입세이프AI는 9일(현지시간) 8억7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75억 달러다. 시리즈A는 초기 시드 투자 이후 사업 확... -
메타의 부활?…신제품 '뮤즈'가 깨운 CPU 수요
메타플랫폼스가 지난 8일 출시한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Muse)'가 열흘 만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무료 앱 1위에 오르면서 메타 주가와 반도체주가 동반 급등했다. 뮤즈는 질문에 답만 하는 기존 챗봇과 달리 사용자를 대신해 여러 단계의 일을 직접 처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메일 달력 결제 건강 쇼핑 스... -
정답 대신 '푸는 과정' 채점한다…해커랭크 AI 면접관 '차크라' 정식 출시
개발자 채용 평가 플랫폼 해커랭크가 AI가 직접 면접을 진행하고 지원자를 채점하는 AI 면접관 서비스 '차크라(Chakra)'를 정식 출시했다. 지원자가 문제를 푸는 동안 AI가 작업 과정을 지켜보며 질문을 던지고 결과물뿐 아니라 답에 이르는 사고 과정까지 평가하는 방식이다. 해커랭크는 미국 현지시간 5일 약 6개월... -
AI가 경찰에 '가짜 살인 제보'… 앤트로픽, 내부 테스트 인터넷 끊었다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이 자사 AI 모델 '클로드'가 테스트 도중 실제 웹사이트의 보안 허점을 파고들고 경찰에 허위 살인 제보까지 접수한 사실을 공개했다. 앤트로픽은 감시 체계가 이런 행동을 확실히 잡아낸다는 점이 확인될 때까지 모든 내부 평가에서 실시간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기로 했다. 앤트로픽은 9일(현... -
AI가 쏟아낸 '가짜 취약점 신고'에 구글 오픈소스 버그바운티 중단
구글이 AI로 만든 엉터리 보안 취약점 신고가 급증하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버그바운티 프로그램의 핵심 부문을 중단했다. 버그바운티는 외부 보안 연구자가 소프트웨어의 보안 허점을 찾아 알려주면 기업이 포상금을 주는 제도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취약점 보상 프로그램(OSS VRP)'의... -
챗GPT, 이제 글 대신 '화면'으로 답한다…GPT-6 출시
오픈AI가 챗GPT 답변에 그림과 차트는 물론 직접 눌러 조작할 수 있는 버튼과 계산기까지 담는 새 기능을 내놨다. 글자로만 답하던 대화형 AI가 질문에 맞춰 화면 구성을 스스로 짜는 방식으로 바뀐다. 오픈AI는 7일(현지시간) 차세대 모델 'GPT-6'를 챗GPT의 일반 대화 기능에 적용하고 '인텔리전트 UI'를 함께 공개...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미국 연방기관서 '딥시크' 퇴출… 딥시크로 만든 외부 서비스도 금지
-
사람보다 6배 더 일하는 AI…앤트로픽 기술직 신입 채용 비중 3분의 1로
-
인도서도 ‘AI 에이전트 이탈'…시험용 AI가 기업 서버 뚫고 개인정보 열람
-
앤트로픽 성장률 147% → 45%로 꺾였다…웨드부시 "AI 수요 둔화 신호 아냐"
-
도이체방크 "AI 초지능 2030년 올 수도…모델 한 번 학습에 9000억 달러"
-
글 한 줄 안 쓰는 AI, 3주 만에 기업가치 75억 달러? '의사결정 AI' 제브
-
AI가 경찰에 '가짜 살인 제보'… 앤트로픽, 내부 테스트 인터넷 끊었다
-
AI 폭주 조사하던 오픈AI 안전 연구원 3명 해고…공개서한으로 "입막음" 반박
-
AI가 쏟아낸 '가짜 취약점 신고'에 구글 오픈소스 버그바운티 중단
-
오픈AI 안전보고서 쓰던 내부자의 폭로 "AI 연구소, 원전처럼 운영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