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역 언론사인 시애틀타임스와 뉴스데이가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냈다. 두 언론사는 이들 기업이 허락 없이 자사 기사를 긁어다 AI 모델 학습에 썼다고 주장했다.
소장은 9월 4일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됐다. 시애틀타임스는 미국 서부 워싱턴주 시애틀을 기반으로 하고, 뉴스데이는 동부 뉴욕주 롱아일랜드에 근거를 둔 지역 일간지다.
두 회사는 38쪽 분량의 소장에서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조직적으로 기사를 수집했으며 이 과정에서 유료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콘텐츠, 이른바 페이월 뒤의 기사까지 무단으로 빼냈다고 밝혔다.
여기서 문제가 된 기술은 '스크래핑'이다. 스크래핑은 웹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나 데이터를 프로그램으로 자동 수집하는 기술을 말한다. AI 챗봇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방대한 글을 미리 학습해야 사람처럼 답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이때 필요한 학습용 문서를 모으는 과정에서 스크래핑이 쓰인다.
두 언론사는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방식으로 자사 기사를 대량으로 가져가 챗GPT,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검색엔진 빙의 AI 기능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활용했다고 봤다.
소장의 핵심 주장은 이렇게 만들어진 AI가 기사 내용을 거의 그대로 다시 뱉어낸다는 것이다. 이용자가 챗봇에 질문하면 원문 문장을 통째로 재현하거나 기사를 살짝 바꿔 요약해주는데 그 결과 독자가 굳이 언론사 사이트를 방문하거나 구독료를 낼 이유가 사라진다는 논리다. 두 회사는 이런 방식이 자사 사업 모델을 직접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검색을 통해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오던 독자가 줄면 광고 수입과 구독 수입이 함께 감소하기 때문이다. 소장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중간 규모 언론사의 검색 유입 트래픽이 1년 사이 47% 줄었다는 업계 통계를 제시했다.
두 언론사는 AI가 자사 이름을 걸고 사실과 다른 정보를 지어내는 문제도 제기했다. AI가 없는 사실을 진짜처럼 만들어내는 현상을 '환각(hallucination)'이라고 하는데 챗봇이 이렇게 지어낸 내용을 특정 언론사의 보도인 것처럼 붙여 내보내면 그 매체의 신뢰도가 훼손된다는 것이다.
또 기사에 붙어 있는 저작권 표시 정보를 AI가 제거한 채 내용을 유통한다는 주장도 담겼다.
소장은 생성형 AI를 "제 꼬리를 먹는 뱀"에 비유했다. AI가 사람이 만든 글을 먹어치우면서 정작 그 글을 생산하는 언론사 자체를 파괴하고 있다는 뜻이다.
두 회사는 AI 기업들이 콘텐츠 생산자로 홍보되지만 실제로는 사람이 쓴 글을 게걸스럽게 소비한 뒤 그것의 복제물과 모방물을 되파는 존재라고 규정했다. 언론 산업이 이대로 가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망가질 수 있다"는 표현도 썼다.
두 언론사가 요구한 배상은 금전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은 손해배상과 함께 자사 저작물이 담긴 복제본과 학습용 데이터, 나아가 해당 기사로 학습된 AI 모델 자체를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사실상 수년간 개발된 AI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라는 요구에 가깝다.
시애틀타임스의 결정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와 오픈AI가 이 언론사의 여러 저널리즘 프로젝트와 기자 양성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해왔기 때문이다.
앨런 피스코 시애틀타임스 사장 겸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밝히면서도 매년 수백만 달러를 들여 만든 콘텐츠가 동의나 대가 없이 사용되는 상황을 그대로 둘 수 없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소송에 놀랐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지역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이런 종류의 분쟁을 풀기 위한 대화에는 언제든 응하겠다고 밝혔다.
오픈AI는 자사 모델이 공개된 데이터로 학습되며 이는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공정 이용은 비평이나 연구 같은 목적에 한해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쓸 수 있게 해주는 미국 법의 예외 규정이다. AI 기업들은 학습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번 소송은 처음이 아니다. 2023년 뉴욕타임스가 같은 이유로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소하며 선례를 만든 뒤 여러 매체가 뒤를 이었다. 올해 초에는 CNN이 또 다른 AI 검색 기업 퍼플렉시티를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냈다. AI 학습 데이터를 둘러싼 언론사와 기술 기업의 충돌은 계속 번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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