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바다 밑 케이블과 우주 궤도로 옮겨붙는 AI 패권 전쟁

  • 고건 기자
  • 입력 2026.09.03 16:49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AI 경쟁의 승부처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를 넘어 바다 밑 광케이블과 지구 저궤도 위성으로 확장되고 있다. 

 

도이체방크 리서치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그동안 중립적 통신망으로 여겨지던 해저케이블과 위성망이 이제는 국가의 힘과 취약점을 동시에 좌우하는 전략 자산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 마리옹 라부르는 이런 흐름을 '인프라 현실주의'라는 말로 규정했다.


해저케이블은 대륙과 대륙을 잇는 광섬유 다발로, 전 세계 대륙 간 데이터 통신의 99% 이상을 실어 나른다. 바다 밑에 깔린 케이블의 총 길이는 180만㎞에 이른다. 

 

하루에 이 케이블을 통해 오가는 금융 거래 규모는 약 10조 달러로 추산된다. 여기에는 국제 은행 간 송금을 처리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데이터도 포함된다. 이 결제망에는 195개국 8300여 개 금융기관이 연결돼 있다.


문제는 이토록 중요한 기반시설이 의외로 손상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보고서가 인용한 한 연구에 따르면 케이블이 끊기면 해당 국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즉시 2%포인트 낮아진다. 

 

절단이 이어지면 3~6년 안에 피해국의 1인당 GDP는 피해를 겪지 않은 주변국보다 9%포인트 아래로 떨어진다. 경제 효율과 혁신, 노동생산성이 함께 나빠지기 때문이다.


복구 여건도 열악하다. 전 세계에 케이블을 수리할 수 있는 전문 선박은 40척 안팎에 불과하다. 한 번 수리하는 데 드는 비용은 건당 50만~100만 달러다. 주요 항로가 지정학적 분쟁 지역을 지난다는 점도 위험을 키운다. 대표적인 곳이 홍해 항로로, 전 세계 인터넷 트래픽의 17~25%가 이 좁은 바닷길을 통과한다. 

 

실제로 지난해 9월 홍해에서 케이블 여러 개가 잘리면서 인도,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인터넷 속도 저하와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Azure)의 중동 경유 트래픽 지연을 인정하고 우회 경로로 데이터를 돌렸다.


케이블 소유 구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AI가 막대한 데이터 전송량을 요구하면서 미국 빅테크가 판을 다시 짜고 있다. 국제 데이터 대역폭 수요에서 콘텐츠·클라우드 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소수에 그쳤으나 지금은 4분의 3에 육박한다. 

 

2025년부터 2027년까지 새로 개통될 해저케이블에는 약 140억 달러의 투자가 예정돼 있는데, 이 사업을 이끄는 주체는 전통적 통신사가 아니라 구글과 메타 같은 콘텐츠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 데이터센터끼리 직접 연결하는 전용 통신 회랑을 깔아 통신사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유럽에서는 미국 빅테크로의 쏠림이 유럽의 디지털 주권을 갉아먹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주는 연결망 패권을 다투는 새 무대로 떠올랐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위성 인터넷망 스타링크는 현재 궤도에서 작동 중인 전체 위성의 54%를 차지한다. 배치된 위성은 1만800기가 넘고, 최종적으로 4만2000기까지 늘릴 계획이다. 중국은 이에 맞서 두 갈래로 대응하고 있다. 

 

국영 궈왕(國網)과 상하이가 주도하는 첸판(千帆) 별자리로 두 사업을 합쳐 1만3000~1만5000기의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것이 목표다. 다만 중국의 실제 배치 속도는 목표에 크게 못 미친다. 스페이스X가 로켓을 반복 사용해 발사 비용을 낮춘 것과 달리 중국은 재사용 로켓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도이체방크는 이 시대의 힘이 케이블이나 위성을 몇 개나 가졌는지가 아니라 통신망의 연결 지점과 구조를 누가 통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봤다. 바다 밑바닥부터 저궤도 우주까지 데이터가 지나는 길목을 장악한 쪽이 주도권을 갖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 와이이코노미 & yeconomy.ai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바다 밑 케이블과 우주 궤도로 옮겨붙는 AI 패권 전쟁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