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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100%에 인증 봉쇄까지…미국이 쌓은 장벽, 중국 로봇의 규모는 못 넘었다

  • 고건 기자
  • 입력 2026.08.3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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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 7월과 8월 두 달 사이 외국산 첨단 로봇과 드론을 겨냥한 규제를 잇따라 내놨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조치가 중국의 제조 규모와 원가 경쟁력 자체를 건드리지는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7월 28일 '커버드 리스트'에 외국산 첨단 로봇 기기와 전력 인버터를 추가했다. 커버드 리스트는 국가안보에 위험이 된다고 판단된 통신장비 목록으로 여기에 오른 제품은 미국 내 판매에 반드시 필요한 FCC 기기 인증을 새로 받을 수 없다. 인증이 없으면 수입과 마케팅 판매가 모두 막힌다. 

 

규제 대상은 휴머노이드와 4족 보행 로봇을 포함해 무게 4.4파운드를 넘고 주변을 인식하는 센서와 통신 기능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갖춘 이동형 로봇이다. 고정형 산업용 로봇팔과 의료기기 차량은 제외됐다.


이 조치는 백악관이 소집한 관계부처 협의체가 7월 27일 내린 안보 판단을 그대로 이행한 것이다. 판단 근거로는 올해 초 전 세계 가정용 로봇 수천 대가 원격 침입에 노출돼 카메라 영상과 실내 지도가 유출된 사건 등이 제시됐다. 

 

FCC는 특정 국가를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중국 상무부는 7월 29일 기자회견에서 표면적으로는 비차별을 내세우면서 실질적으로는 중국 기업을 억누르는 조치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규제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7월 28일 이전에 인증을 받은 제품은 계속 판매할 수 있어 유니트리의 G1과 R1 H2 등 현재 라인업은 그대로 남았다. 별도 유예 조치로 기존 인증 제품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2029년 1월 1일까지 허용된다.


드론에는 관세가 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3일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 포고문에 서명했다. 232조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대통령이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최대이륙중량 25kg을 넘는 드론과 열화상 카메라를 단 드론 도킹 스테이션 핵심 부품에는 100% 관세가 매겨진다. 25kg 이하 제품은 25%다. 발효일은 9월 3일이며 나머지 부품에 대한 25% 관세는 2027년 2월 9일부터 적용된다. 

 

한국과 일본 대만 스위스 유럽연합산 제품은 부품과 소프트웨어 대부분이 해당 지역이나 미국에서 나왔다는 조건을 충족하면 15%로 상한이 정해졌고 영국산은 10%다.


중국은 8월 5일 맞대응에 나섰다. 상무부는 이중용도 수출통제 목록에 오른 드론과 부품 기술의 대미 수출을 건건이 엄격 심사하겠다고 공고했다. 전면 금지는 아니지만 허가 절차를 사실상 조인 것이다. 미국 기업 여섯 곳과의 거래도 금지했다.


시장 구도는 이미 중국 쪽으로 기울어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은 2만2000대를 넘어 전년 대비 약 300% 늘었다. 상위 5개 업체인 아지봇 유니트리 갤봇 유비테크 러쥐로보틱스는 모두 중국 기업이며 이들이 전체의 86%를 차지했다. 1위 아지봇의 출하량은 9700대다.


가격 하락 속도가 격차를 벌리고 있다. 유니트리 G1 기본형은 8만5000위안까지 내려왔고 지난해 나온 R1 시리즈는 2만6900위안부터 시작한다. 3년 만에 95% 넘게 떨어진 셈이다. 

 

TDK벤처스의 앙쿠르 삭세나 투자디렉터는 미국이 첨단 AI와 반도체 설계에서 앞서지만 제조 규모와 공급망 원가에서는 중국이 우위라고 진단했다. 그는 제재로는 원가 곡선을 우회할 수 없으며 결국 더 싸게 만드는 수밖에 없는데 미국은 그에 필요한 10년짜리 투자를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카운터포인트의 소우멘 만달 애널리스트는 중국 업체들이 부품을 내재화하고 기존 제조 기반을 활용해 원가를 더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트리는 부품 자체 개발 비중을 늘리고 있고 샤오펑 같은 완성차 업체는 차량용 반도체와 양산 경험을 로봇에 옮기고 있다.


미국 시장이 막히면 중국 기업은 다른 곳으로 간다. 만달은 노동력 부족이 심한 유럽과 동남아시아 중남미 중동이 표적이라고 봤다. 유니트리는 이미 7월 22일 유럽에서 H1 프로를 상업 출시했다. 만달은 중국 전기차 업체가 걸어온 길처럼 내수로 규모를 키운 뒤 해외로 나가고 현지 생산까지 가는 경로를 예상했다.


드론 시장에는 그 분화가 먼저 나타났다. 버지니아 소재 헤븐에어로테크의 벤치온 레빈슨 대표는 시장이 미국산 국방수권법 준수 제품 중심의 진영과 저가 대량생산 중심의 중국 진영으로 갈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방 기업이 저가 소비자용 드론에서 중국을 이기기는 어렵고 대신 방위와 기반시설용 장거리 자율 비행 분야에서 경쟁하게 될 것으로 봤다. 다음 경쟁 축으로는 배터리 한계를 꼽으며 전력과 탑재 장비 구조를 누가 쥐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미국 로봇 업계는 이번 조치를 반겼다. 오리건에서 물류 로봇을 조립하는 어질리티로보틱스는 드론에서 벌어진 일이 로봇에서 반복되기 전에 안보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연구에 필요한 도구와 기술에 대한 접근은 계속 열려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안으로는 일본과 한국, 대만이 거론된다. 삭세나는 중국의 대안이 순수 미국산 공급망이 아니라 동맹국으로 다변화된 공급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산 부품이 전 세계 로봇 산업에 워낙 깊이 침투해 있어 어느 나라도 단번에 중국을 대체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현대차그룹은 1차 협력사 200여 곳을 동원해 휴머노이드 부품의 국내 공급망 구축에 나섰고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도요타리서치인스티튜트와 범용 휴머노이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썸네일 사진 출처: 유니트리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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