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AI 기업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미토스(Mythos)와 그 하위 버전 페이블5(Fable 5)의 해외 사용을 막은 지 2주가 지나면서 아시아 AI 기업들이 그 빈자리를 채우는 모델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일본 도쿄에 있는 사카나AI는 지난 22일 '후구(Fugu)'를 출시했다. 일본어로 복어를 뜻하는 이름이다. 사카나AI는 후구가 앤트로픽의 페이블5, 미토스 프리뷰 같은 최상위 모델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주장했다.
후구는 일반적인 거대언어모델과 작동 방식이 다르다. 하나의 거대한 모델이 모든 일을 처리하는 대신, 여러 외부 AI 모델을 상황에 맞게 골라 작업을 나눠 맡기고 결과를 종합하는 '오케스트레이션(조율)' 방식을 쓴다.
이용자가 하나의 창구로 요청을 보내면 후구가 직접 풀지, 아니면 여러 전문 모델로 팀을 꾸려 처리할지를 스스로 판단한다. 후구 자체도 70억 개 변수 규모의 언어모델로 어떤 모델에 어떤 일을 맡길지 학습한 일종의 지휘자 역할을 한다. 다른 모델을 부르는 통로는 외부 프로그램이 서로 기능을 주고받는 연결 규격인 API를 통한다.
후구에는 일반용 후구와 상위 버전인 후구 울트라 두 종류가 있다. 사카나AI는 후구 울트라가 코딩, 과학, 추론 등 까다로운 성능 평가에서 오픈AI의 GPT-5.5, 구글의 제미나이 3.1 프로, 앤트로픽의 오푸스 4.8 등 개별 모델을 대부분 앞섰다고 밝혔다.
다만 후구의 모델 묶음에는 미토스와 페이블5가 들어 있지 않은데, 두 모델이 현재 외부에서 쓸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사카나AI는 후구 출시가 수출 규제와 맞물린 것이 "전적으로 우연"이라고 밝혔다. 후구는 지난해부터 개발해 온 제품이고, 그 바탕이 된 연구는 올봄 AI 학회 ICLR에서 발표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회사는 이 시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카나AI 누리집에는 "수출 규제 위험 없이 최상위 성능을 제공한다"는 문구가 걸려 있다.
사카나AI는 후구를 미국 AI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위험을 분산하는 수단으로 규정한다. 공동창업자 데이비드 하 최고경영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 X에 국가 기반 시설을 한 곳의 공급사에만 의존하는 것은 이번 수출 규제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게 된 위험이라고 적었다.
그는 최상위 모델에 대한 접근이 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수 있으며 여러 모델을 묶는 집단 지능이 그런 권력 집중에 대비하는 현실적 대비책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공동창업자 렌 이토는 지난주 G7 정상회의가 열린 프랑스 에비앙에서 AI 접근권과 수출 규제를 주제로 발언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가장 가까운 동맹국에 대한 접근권을 우선 지켜야 한다며 AI는 함께 개발하는 기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카나AI는 "미국 모델은 여전히 아시아에 중요하다"며 지금을 영구적 단절로 보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반면 중국 사이버보안 기업 360은 수위를 한층 높였다. 360은 지난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보안 학회 ISC.AI 2026에서 AI 보안 도구 두 가지를 공개했다. 소프트웨어의 약점을 자동으로 찾아내는 '투룽펑(Tulongfeng)'과 사이버 방어와 사고 대응을 자동화하는 '이톈전(Yitianzhen)'이다.
창업자 저우훙이는 투룽펑을 "중국판 미토스"로 부르며, 지금까지 3432개의 소프트웨어 약점을 찾아냈고 이 가운데 105개가 중국 당국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이 수치를 독자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저우훙이는 중국 모델의 기본 성능이 미국보다 20~30% 뒤처진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격차가 좁혀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가장 강력한 모델 하나에 집중한다면 360은 보안 전문 지식과 약점 정보, 자동화 도구를 결합한 'AI 에이전트' 방식으로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천재 해커 한 명을 키우는 길이라면 360은 전문 공격·방어 팀을 조직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저우훙이는 약점을 찾아내는 AI를 국가 전략 자산으로 규정하며 '일방적 투명성'의 위험을 경고했다. 한쪽은 상대 소프트웨어의 약점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다른 쪽은 그럴 수단이 없는 상황을 가리킨다.
앤트로픽은 그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회사는 지난 5월 연환산 매출이 470억 달러를 넘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아시아 기업 고객의 비중이 얼마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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