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국 AI 기업 앤트로픽에 가장 강력한 모델 '미토스'와 '페이블'의 해외 공급을 막으라고 명령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회사는 두 모델을 전 세계에서 차단했고 사태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정부가 수출통제라는 수단으로 위험한 사이버 기술의 확산을 막으려 한 시도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보면 이 방식이 효과를 낸 적은 드물다.
수출통제란 안보상 위험이 있는 기술의 해외 반출을 정부가 막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외국인에게 기술을 제공하는 행위 자체를 '수출'로 본다. 이번 명령이 해외 사용자뿐 아니라 미국 내 외국 국적자, 앤트로픽 소속 외국인 직원에게까지 적용된 이유다.
국적별로 사용자를 실시간 걸러낼 수 없었던 회사는 두 모델을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발단은 두 가지로 전해진다. 앤트로픽이 한국 통신사에 미토스 접근 권한을 줬는데 미 정부가 이 회사를 중국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하면서 권한 철회를 요구했다.
와이어드는 이 회사를 SK텔레콤으로 지목했고, SK텔레콤은 의혹을 부인했다. 또 아마존 연구진이 페이블의 안전장치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아냈고 앤디 재시 아마존 CEO가 이를 백악관에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로픽은 이미 패치된 좁은 범위의 문제일 뿐 모델 전체가 뚫린 '탈옥'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미토스가 특별 취급을 받는 이유는 성능에 있다. 이 모델은 소프트웨어의 보안 취약점, 즉 해커가 침투하는 통로를 인간 전문가보다 빠르게 찾아낸다. 같은 능력이 공격에 쓰이면 인터넷에 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앤트로픽은 미토스를 일반 공개하지 않고 검증된 약 150개 기업·기관에만 제공해 왔다. 이런 통제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정부가 사이버 기술의 확산을 막으려 한 역사는 수십 년에 이르지만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가장 대표적인 실패는 1990년대 미국에서 나왔다. 당시 컴퓨터 과학자들은 인터넷으로 오가는 데이터를 보호하는 암호화 기술을 개발하고 있었다. 그중 'PGP(Pretty Good Privacy)'는 데이터를 암호로 뒤섞어 중간에 가로채도 해독할 수 없게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
미 정부는 PGP를 위험한 무기로 봤다. 정보기관이 이메일을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든다는 이유였다. 정부는 개발자 필 짐머만을 무기 수출통제 위반 혐의로 수사했다.
짐머만은 PGP의 설계도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책으로 출판하며 맞섰고 이른바 '암호 전쟁'이 시작됐다. 결국 수사는 종결됐다. 그 결과 오늘날 수십억 명이 쓰는 시그널, 왓츠앱의 종단간 암호화 기술이 자리 잡는 길이 열렸다. 종단간 암호화는 발신자와 수신자만 내용을 볼 수 있고 중간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게 하는 방식이다.
2010년대 초에는 서방 기업이 만든 스파이웨어가 중동의 반체제 인사를 겨냥하는 데 쓰인 사실이 드러났다. 스파이웨어는 상대 몰래 기기에 심어 정보를 빼내는 감시 프로그램이다.
여러 국가는 군사·민간 양쪽에 쓰이는 기술의 수출을 제한하는 국제 협정인 '바세나르 체제'를 확대해 감시·해킹 소프트웨어를 통제 대상에 넣기로 했다.
그러나 이 협정에는 빈틈이 있었다. 세계적인 스파이웨어 업체가 몰린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는 협정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협정을 자국 기업에 적용할지는 각국 재량에 맡겨졌다. 이탈리아 정부는 한때 자국 업체 '해킹팀'이 언론인과 인권운동가를 해킹하는 데 쓰인 도구를 세계에 팔도록 허용했다.
인텔렉사 같은 업체들은 통제가 느슨한 나라로 거점을 옮겨버렸다. 성과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독일 업체 핀피셔는 튀르키예에 수출 허가 없이 스파이웨어를 판 혐의로 다년간 수사를 받은 끝에 2022년 문을 닫았다.
앤트로픽과 트럼프 행정부의 대치도 결국 비슷한 결말로 향할 수 있다. 미국이 자국 AI 기업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 제한을 푸는 쪽으로 물러설 가능성이 있다. 이는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AI 기업도 비슷한 능력에 곧 도달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다.
반대로 미국 AI 기업들이 해외 고객에게 서비스하기 전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정부가 강제하는 수출통제가 악의적 사용을 막는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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