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돈을 내고 쓰는 AI가 처음으로 오픈AI의 챗GPT에서 앤트로픽의 클로드로 바뀌었다.
기업용 법인카드와 비용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 램프(Ramp)가 13일(현지시간) 공개한 '램프 AI 인덱스' 5월 보고서를 보면 4월 한 달간 앤트로픽 유료 서비스에 비용을 지출한 기업 비율은 전월 대비 3.8%포인트 오른 34.4%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오픈AI 결제 기업 비율은 2.9%포인트 떨어진 32.3%에 그쳤다. 앤트로픽이 기업 고객 수에서 오픈AI를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램프 AI 인덱스는 미국 기업 5만여 곳이 법인카드와 청구서로 실제 결제한 데이터를 집계해 어떤 AI 회사에 돈을 내고 있는지를 추적하는 지표다. 무료 사용자나 시범 도입 사례는 잡히지 않고 실제 지갑이 열린 거래만 반영하기 때문에 기업 AI 시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자료로 인용된다.
지난 1년간 두 회사의 격차는 빠르게 좁혀졌다. 램프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5월 앤트로픽에 비용을 내는 기업은 9% 수준이었지만 12개월 만에 25%포인트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오픈AI 점유율은 1%포인트가량 줄었고 AI 제품에 돈을 쓰는 미국 기업 전체 비율은 50.6%로 사상 처음 절반을 넘겼다. 2월에는 처음 AI를 도입하는 기업이 양사 중 한 곳을 고를 때 약 70%가 앤트로픽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정반대 상황이다.
성장을 견인한 제품은 코딩 작업을 자동화해 주는 '클로드 코드'다. 개발자가 명령어를 입력하면 코드를 직접 작성하거나 수정하는 도구로 앤트로픽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제품이다. 한 분석에서는 깃허브에 공개된 전 세계 코드 변경의 4%가 클로드 코드의 작업물로 추정됐다. 한 달 만에 두 배로 늘어난 수치다.
차량호출 기업 우버는 엔지니어의 84%가 클로드 코드와 경쟁 도구 커서를 쓰고 있고 사내 코드의 약 70%가 AI 작업물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최고기술책임자는 2026년 한 해 책정한 AI 예산을 4개월 만에 모두 썼다고 공개했다.
램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아라 카라지안은 매체 테크크런치에 "앤트로픽은 금융, 정보기술(IT), 전문 서비스처럼 AI를 가장 빨리 받아들이는 업종에서 이미 우위에 있었고 다른 업종에서도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별도 블로그에서 "처음에는 엔지니어 같은 기술 친화적 사용자층을 공략한 뒤 협업 도구 '코워크' 같은 제품을 통해 일반 직무로 영역을 넓힌 전략이 효과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다만 카라지안은 1위가 오래 가지 않을 수 있다며 세 가지 위험 요인을 들었다. 우선 앤트로픽의 수익 구조는 기업이 처리하는 데이터 양이 많을수록 매출이 늘어나는 방식이다. 비싼 모델을 더 많이 쓰게 만들수록 회사가 돈을 버는 구조라 기업이 비용 절감에 나서면 곧장 매출에 영향을 받는다.
두 번째는 서비스 품질이다. 최근 몇 주간 사용자들이 접속 장애와 사용량 제한, 답변 품질 저하를 호소하고 있다. 앤트로픽은 4월 모든 사용자의 사용 한도를 재설정하고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컴퓨팅 자원 공급 계약을 맺어 콜로서스1 데이터센터 용량을 확보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세 번째는 저렴한 대안의 부상이다. 오픈AI가 내놓은 코딩 도구 '코덱스'가 비슷한 기능을 더 싼값에 제공하고 있다. 우버도 코덱스를 대안으로 시험하고 있다.
오픈AI도 반론을 내놨다. 회사 측은 액시오스에 "우리는 대규모 엔터프라이즈 전환 사업을 이끌고 있고 이런 계약은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거래가 아니다"라며 램프 데이터의 한계를 지적했다.
실제 오픈AI의 챗GPT는 3월 기준 주간 활성 사용자가 9억 명을 넘어 소비자 시장에서는 여전히 압도적이고 1분기 미국 기업용 매출의 40% 이상이 엔터프라이즈 부문에서 나오고 있다.
기업용 AI 시장의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기우는지를 가늠하는 또 다른 지표인 오픈라우터(OpenRouter) 리더보드에서도 오픈AI가 앤트로픽을 앞선 것은 지난해 12월이 마지막이었다. 두 회사가 이르면 올가을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가운데 기업 고객 점유율은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사진 출처: 앤트로픽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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