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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일자리 뺏는다더니… 데이터가 가리킨 범인은 '금리'

  • 임지민 기자
  • 입력 2026.04.16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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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직장인들이 이력서를 올리고 구직·구인 활동을 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링크드인이 2022년 이후 채용이 약 20% 감소했다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그런데 원인은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AI가 아니라 금리 인상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링크드인의 블레이크 로윗 최고글로벌법무책임자는 4월 13~17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세마포 세계경제 서밋'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링크드인은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회원과 기업·채용 공고·직무 스킬 데이터를 연결한 '경제 그래프'를 운영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노동시장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수준의 직업 데이터베이스다. 로윗은 "AI가 지금 당장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며 "솔직히 그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실제 원인은 금리다. 2022년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기업들이 투자와 채용을 동시에 줄였다는 분석이다. 

 

그는 고객 지원, 행정, 마케팅 등 AI가 가장 먼저 대체할 것으로 거론되는 직종들에서도 채용 감소 폭이 다른 분야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취업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대졸 신입의 채용 감소 역시 경력 중반이나 후반 직장인과 비교해 특별히 더 심하지 않았다.


링크드인이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 '미래 노동시장 구축(Building a Future of Work That Works)'은 이를 수치로 뒷받침한다. 전 세계 채용 규모는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약 20%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감소폭이 20~35%에 달한다. 

 

반면 인도(+40%)와 아랍에미리트(+37%) 같은 신흥시장은 오히려 채용이 늘고 있다.

 

한편 AI는 일자리를 없애는 대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데이터도 같은 보고서에 담겼다. 지난 2년간 AI 엔지니어·데이터 주석가(AI 학습용 데이터를 분류·검토하는 직군)·포워드 디플로이드 엔지니어(현장 고객사에 직접 파견돼 AI를 적용하는 직군) 등 AI 관련 신규 직종이 전 세계에서 130만 개 생겨났다. 

 

AI 인프라 확대와 함께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만 6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 링크드인 내에서 'AI 엔지니어'는 최근 3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직종 중 하나다.


링크드인의 분석은 독립적인 학술 연구와도 일치한다. 미국 예일대 예산연구소(Budget Lab at Yale)는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 이후 33개월치 미국 노동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AI로 인한 고용 충격이 경제 전반에서 감지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AI로 대체되거나 영향받을 가능성이 큰 직업)과 낮은 직종 사이에서 실업률이나 직종 구성 변화가 유의미하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현재 매달 데이터를 갱신하며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 1~2월 업데이트에서도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브루킹스연구소 역시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정세이지, 붕괴가 아니다"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같은 기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발표한 보고서는 현재 AI 시스템이 전체 노동력의 약 12%에 해당하는 업무를 이미 수행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골드만삭스도 미국 일자리의 6~7%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기술적 가능성과 실제 고용 시장의 변화 사이에는 아직 간극이 있다는 의미다.


세마포 서밋 현장에서도 비슷한 시각이 교차했다.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공동창업자 잭 클라크는 "AI가 향후 5년 안에 실업률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의 발언에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클라크는 설령 고용 시장에 충격이 온다 해도 그 속도는 조절 가능한 문제이며 일종의 정책적 선택의 문제라고 봤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의 존 클리프턴 CEO는 미국 직장인의 50%가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매일 쓰는 비율은 13%에 불과하다며 생산성 향상 효과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링크드인 데이터에는 노동자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수치도 포함됐다. 2026년 현재 전 세계 직장인의 52%가 구직 활동 중이라고 응답했고 80% 가까이는 새 일자리를 찾는 데 준비가 덜 됐다고 느끼고 있었다. 지원자 수 자체는 2022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채용은 오히려 줄어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로윗이 가장 강조한 대목은 따로 있었다. AI가 당장 일자리를 없애고 있지는 않더라도 직무 내용 자체는 이미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링크드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평균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스킬의 25%가 교체됐다. 

 

AI 확산이 가속화하면 2030년까지 이 수치가 70%에 이를 것으로 링크드인은 전망한다. 일자리 자체는 유지되더라도 그 일을 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AI 관련 역량을 요구하는 채용 공고가 1년 전보다 70% 늘었고 미국 직장인의 53%가 앞으로 6개월 안에 AI 스킬을 배울 계획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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