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직장인들이 이력서를 올리고 구직·구인 활동을 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링크드인이 2022년 이후 채용이 약 20% 감소했다는 데이터를 공개했다. 그런데 원인은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AI가 아니라 금리 인상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링크드인의 블레이크 로윗 최고글로벌법무책임자는 4월 13~17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세마포 세계경제 서밋'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링크드인은 전 세계 10억 명 이상의 회원과 기업·채용 공고·직무 스킬 데이터를 연결한 '경제 그래프'를 운영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노동시장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세계 최대 수준의 직업 데이터베이스다. 로윗은 "AI가 지금 당장 일자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들여다봤다"며 "솔직히 그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실제 원인은 금리다. 2022년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기업들이 투자와 채용을 동시에 줄였다는 분석이다.
그는 고객 지원, 행정, 마케팅 등 AI가 가장 먼저 대체할 것으로 거론되는 직종들에서도 채용 감소 폭이 다른 분야와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취업 시장에 처음 진입하는 대졸 신입의 채용 감소 역시 경력 중반이나 후반 직장인과 비교해 특별히 더 심하지 않았다.
링크드인이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 '미래 노동시장 구축(Building a Future of Work That Works)'은 이를 수치로 뒷받침한다. 전 세계 채용 규모는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 약 20%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는 감소폭이 20~35%에 달한다.
반면 인도(+40%)와 아랍에미리트(+37%) 같은 신흥시장은 오히려 채용이 늘고 있다.
한편 AI는 일자리를 없애는 대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데이터도 같은 보고서에 담겼다. 지난 2년간 AI 엔지니어·데이터 주석가(AI 학습용 데이터를 분류·검토하는 직군)·포워드 디플로이드 엔지니어(현장 고객사에 직접 파견돼 AI를 적용하는 직군) 등 AI 관련 신규 직종이 전 세계에서 130만 개 생겨났다.
AI 인프라 확대와 함께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만 6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 링크드인 내에서 'AI 엔지니어'는 최근 3년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직종 중 하나다.
링크드인의 분석은 독립적인 학술 연구와도 일치한다. 미국 예일대 예산연구소(Budget Lab at Yale)는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 이후 33개월치 미국 노동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AI로 인한 고용 충격이 경제 전반에서 감지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AI 노출도가 높은 직종(AI로 대체되거나 영향받을 가능성이 큰 직업)과 낮은 직종 사이에서 실업률이나 직종 구성 변화가 유의미하게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현재 매달 데이터를 갱신하며 모니터링을 이어가고 있으며 올해 1~2월 업데이트에서도 결론은 바뀌지 않았다. 브루킹스연구소 역시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안정세이지, 붕괴가 아니다"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같은 기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발표한 보고서는 현재 AI 시스템이 전체 노동력의 약 12%에 해당하는 업무를 이미 수행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골드만삭스도 미국 일자리의 6~7%가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기술적 가능성과 실제 고용 시장의 변화 사이에는 아직 간극이 있다는 의미다.
세마포 서밋 현장에서도 비슷한 시각이 교차했다.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공동창업자 잭 클라크는 "AI가 향후 5년 안에 실업률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앤트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의 발언에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클라크는 설령 고용 시장에 충격이 온다 해도 그 속도는 조절 가능한 문제이며 일종의 정책적 선택의 문제라고 봤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의 존 클리프턴 CEO는 미국 직장인의 50%가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매일 쓰는 비율은 13%에 불과하다며 생산성 향상 효과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링크드인 데이터에는 노동자들의 심리를 보여주는 수치도 포함됐다. 2026년 현재 전 세계 직장인의 52%가 구직 활동 중이라고 응답했고 80% 가까이는 새 일자리를 찾는 데 준비가 덜 됐다고 느끼고 있었다. 지원자 수 자체는 2022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채용은 오히려 줄어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로윗이 가장 강조한 대목은 따로 있었다. AI가 당장 일자리를 없애고 있지는 않더라도 직무 내용 자체는 이미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링크드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평균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스킬의 25%가 교체됐다.
AI 확산이 가속화하면 2030년까지 이 수치가 70%에 이를 것으로 링크드인은 전망한다. 일자리 자체는 유지되더라도 그 일을 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AI 관련 역량을 요구하는 채용 공고가 1년 전보다 70% 늘었고 미국 직장인의 53%가 앞으로 6개월 안에 AI 스킬을 배울 계획이라고 답했다.
BEST 뉴스
-
글 한 줄 안 쓰는 AI, 3주 만에 기업가치 75억 달러? '의사결정 AI' 제브
문장을 만들지 않고 판단만 내리는 AI 모델 '제브(Jev)'를 내놓은 미국 스타트업 타입세이프AI가 출시 한 달도 안 돼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타입세이프AI는 9일(현지시간) 8억70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투자 후 기업가치는 75억 달러다. 시리즈A는 초기 시드 투자 이후 사업 확... -
메타의 부활?…신제품 '뮤즈'가 깨운 CPU 수요
메타플랫폼스가 지난 8일 출시한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Muse)'가 열흘 만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무료 앱 1위에 오르면서 메타 주가와 반도체주가 동반 급등했다. 뮤즈는 질문에 답만 하는 기존 챗봇과 달리 사용자를 대신해 여러 단계의 일을 직접 처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메일 달력 결제 건강 쇼핑 스... -
정답 대신 '푸는 과정' 채점한다…해커랭크 AI 면접관 '차크라' 정식 출시
개발자 채용 평가 플랫폼 해커랭크가 AI가 직접 면접을 진행하고 지원자를 채점하는 AI 면접관 서비스 '차크라(Chakra)'를 정식 출시했다. 지원자가 문제를 푸는 동안 AI가 작업 과정을 지켜보며 질문을 던지고 결과물뿐 아니라 답에 이르는 사고 과정까지 평가하는 방식이다. 해커랭크는 미국 현지시간 5일 약 6개월... -
AI가 경찰에 '가짜 살인 제보'… 앤트로픽, 내부 테스트 인터넷 끊었다
미국 AI 기업 앤트로픽이 자사 AI 모델 '클로드'가 테스트 도중 실제 웹사이트의 보안 허점을 파고들고 경찰에 허위 살인 제보까지 접수한 사실을 공개했다. 앤트로픽은 감시 체계가 이런 행동을 확실히 잡아낸다는 점이 확인될 때까지 모든 내부 평가에서 실시간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기로 했다. 앤트로픽은 9일(현... -
AI가 쏟아낸 '가짜 취약점 신고'에 구글 오픈소스 버그바운티 중단
구글이 AI로 만든 엉터리 보안 취약점 신고가 급증하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버그바운티 프로그램의 핵심 부문을 중단했다. 버그바운티는 외부 보안 연구자가 소프트웨어의 보안 허점을 찾아 알려주면 기업이 포상금을 주는 제도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취약점 보상 프로그램(OSS VRP)'의... -
챗GPT, 이제 글 대신 '화면'으로 답한다…GPT-6 출시
오픈AI가 챗GPT 답변에 그림과 차트는 물론 직접 눌러 조작할 수 있는 버튼과 계산기까지 담는 새 기능을 내놨다. 글자로만 답하던 대화형 AI가 질문에 맞춰 화면 구성을 스스로 짜는 방식으로 바뀐다. 오픈AI는 7일(현지시간) 차세대 모델 'GPT-6'를 챗GPT의 일반 대화 기능에 적용하고 '인텔리전트 UI'를 함께 공개...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
AI 코딩툴 '오픈코드' 뚫려 남의 AI 요금 수천 달러 결제, 무슨 일?
-
머스크 "정부 안에선 적자 못 잡아…나랏빚 해법은 AI와 로봇뿐"
-
AI 비서가 카드 들고 장보는 시대 온다…세레브라스 CEO "집집마다 AI 가전 머지않아"
-
"AI 발목 잡는 건 칩 아닌 돈"…브로드컴, 고객사 칩값까지 직접 빌려준다
-
트럼프 "마두로 잡으면 어떻게 되나" 그록에 자문했다
-
AI가 부른 9억4200만 달러…치료는 그대로, 보험사 청구서만 늘었다
-
"15세 미만 SNS 금지, 이미 늦었을지도" 그리스 총리의 인정
-
"노트북을 AI가 대신 골라 산다? 아무도 안 그럴 것" 애플스토어 만든 남자의 반박
-
트럼프 "AI가 미국 GDP의 25% 될 것"…'AI 부대' 만들고 'AI 차르' 임명 예고
-
오픈AI, 100년 난제 풀고도 수학계와 정면충돌...무슨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