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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전력 위해 천연가스 발전소 쟁탈전…"터빈도, 가스도 부족"

  • 임지민 기자
  • 입력 2026.04.0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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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가 잇달아 대형 천연가스 발전소 건설에 나섰다.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세 회사가 계획 중인 발전 용량을 합산하면 약 16기가와트(GW)에 달한다. 원자력발전소 16기를 짓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31일 석유 메이저 셰브런, 기후 행동주의 투자펀드 엔진 넘버원과 텍사스 서부에 천연가스 발전소를 공동 건설하기 위한 독점 협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건설 비용은 70억 달러로 예상되며 초기 발전 용량은 2.5GW다. 향후 최대 5GW까지 확장 가능한 구조로 설계됐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전력망을 거치지 않고 인근 데이터센터에 직접 공급된다. 이처럼 발전소를 전력망에 연결하지 않고 특정 수요처에 직결하는 방식을 '비하인드 더 미터(behind-the-meter)'라고 부른다.

 

구글도 에너지 스타트업 크루소와 함께 텍사스 북부 암스트롱 카운티에 933메가와트(MW) 규모 천연가스 발전소를 짓고 있다. 크루소가 지난 1월 텍사스 당국에 허가를 신청한 문서와 위성 사진을 통해 공사가 이미 진행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이 발전소는 구글의 '굿나이트' 데이터센터 캠퍼스 부지 내에 자리 잡는다.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최대 450만 톤으로 추정되며 이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 전체 연간 배출량(약 400만 톤)을 웃도는 수치다. 구글은 계약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캠퍼스 개발 자체에는 참여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메타는 지난달 27일 루이지애나주 리치랜드 패리시에 건설 중인 '하이피리언' 데이터센터에 새로운 천연가스 발전소 7기를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존에 승인된 3기를 합산하면 총 10기, 발전 용량은 7.5GW다. 루이지애나주 전체 전력망 용량을 30% 이상 늘리는 규모다. 

 

메타는 루이지애나 지역 전력회사 엔터지와 계약을 맺었으며 총 투자액은 270억 달러에 이른다. 캠퍼스 부지 면적은 뉴욕 맨해튼 일부에 비견될 만큼 광대하다.

 

이들 세 회사의 발전소가 모두 미국 남부에 집중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텍사스·루이지애나 일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셰일가스 매장지와 인접해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 지역 특정 셰일 구간의 가스 매장량만으로도 미국 전체가 10개월 치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그러나 발전소를 짓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지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가스 발전소의 핵심 장비인 가스 터빈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우드 매켄지는 4월 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가스 터빈 가격이 2019년 대비 195% 오른 킬로와트(kW)당 600달러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스 터빈은 발전소 건설 비용의 20~3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현재 전 세계 터빈 수주잔량은 110GW에 달하지만 연간 생산 가능 물량은 60~70GW에 불과하다. 주문 후 터빈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6년이며 2028년 이후에는 신규 주문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다.

 

터빈 제조 3사는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GE 베르노바는 1억 6000만 달러를 투자해 연간 대형 터빈 생산량을 현재 약 50기에서 2026년 말까지 70~80기로 늘릴 계획이다. 

 

지멘스 에너지는 주요 공장을 24시간 연속 가동 체제로 전환하고 미국에 10억 달러 투자를 선언했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2028년까지 생산 능력을 두 배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터빈에 들어가는 단결정 블레이드 같은 정밀 부품 생산과 특수 인력 부족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GE 베르노바 최고경영자는 현재 신규 터빈을 주문하면 2029년 이전에는 납품받을 수 없으며 설치 완료는 2031년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가스 공급망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 셰일가스 생산의 약 75%를 담당하는 마르셀러스·헤인즈빌·퍼미안 등 3대 주요 셰일 지대의 생산 증가세가 뚜렷이 꺾이고 있다. 헤인즈빌의 경우 지질 전문가들은 이 지역이 이미 총 회수 가능 매장량의 50%를 소진했으며 수년 내 생산 감소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퍼미안 지대의 지질 구조에서는 석유 생산의 부산물로 가스가 추출되기 때문에 유가 흐름에 따라 가스 공급량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파이프라인 인프라 부족도 생산된 가스를 수요처로 이송하는 데 걸림돌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발전소를 전력망에 연결하지 않고 데이터센터에 직결하면 당장 전력망 과부하 논란은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문제를 전기 공급망에서 가스 공급망으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에서 천연가스는 전체 전력 생산의 약 40%를 담당한다. 에너지 정보청(EIA) 집계 기준이다. 데이터센터가 가스를 대량으로 소비하면 가스 가격이 오르고 이는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연쇄 구조가 작동한다.

 

실제로 미국 가정의 전기요금은 이미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025년 한 해 동안 전국 전력회사들이 신청한 요금 인상 규모는 310억 달러로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이었다. 미국 가정의 전기요금은 2021년 이후 약 30% 올랐다. 골드만삭스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6~2027년 미국 물가를 각각 0.1%포인트 추가로 밀어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가정의 전기요금 부담은 저소득층에 집중된다. 미국에서 21만 가구가 전기요금을 체납 중이며 총 미납액은 2025년 6월 기준 250억 달러에 달한다.

 

혹한 또한 변수다. 2021년 텍사스 한파 당시 가스 정정두(wellhead·지상으로 연결되는 가스정 입구 설비)가 동결되면서 가스 공급이 급감했고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당시처럼 한파가 몰아치면 가스 공급 우선순위를 놓고 데이터센터와 일반 가정이 충돌하는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

 

기술 기업들은 '가스를 쓰면 자체 전력을 조달할 수 있다'는 논리로 전력망 부담 논란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석유화학·제조업 같은 타 산업도 마찬가지로 같은 가스를 써야 한다. 이들은 재생에너지로 전환이 어려운 산업들이다. 여기에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이 빠르게 늘면서 국내 가스 수급을 더욱 압박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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