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의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일부 기술 기업들이 지구 궤도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개념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태양광을 직접 활용하는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 구상이 등장하면서 구글, 아마존,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이 초기 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프랑스 금융기관 BNP파리바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상 데이터센터 건설의 가장 큰 제약 요인으로 전력 공급을 지목했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서버 규모가 빠르게 늘면서 전력망 확충과 부지 확보가 병목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환경에서 태양광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궤도 데이터센터 개념이 기술 업계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로켓 발사 비용은 1kg당 약 1500달러에서 3600달러 수준이다. 이 비용 구조에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우주로 올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BNP파리바는 경제성이 확보되려면 발사 비용이 최소 1kg당 300달러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현재 비용 기준으로 계산하면 1기가와트(GW) 규모의 궤도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100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약 300억~750억 달러는 장비를 우주로 운반하는 발사 비용이며 위성 구조물과 데이터센터 장비, 태양광 패널을 포함한 시스템 구축 비용도 약 5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상 데이터센터와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일반적인 1GW급 지상 데이터센터는 약 350억~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로 건설이 가능하다. 여기에 우주 환경에 맞게 설계된 특수 장비와 냉각 시스템, 전력 관리 장비가 필요하다는 점도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BNP파리바는 이런 이유로 궤도 데이터센터가 단기간에 지상 인프라를 대체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다만 기술 혁신이 지속되고 발사 비용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경제성이 지상 시설과 비슷한 수준에 접근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지상 데이터센터가 직면하는 규제와 부지 문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잠재적 장점으로 거론된다.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은 토지 확보와 지역 규제, 전력망 연결 문제에 자주 부딪힐 수밖에 없는데, 우주에서는 이런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설명이다.
기술적 가능 여부를 검토하는 실증 실험도 이미 시작된 상태다. 2025년 11월 엔비디아가 투자한 스타클라우드는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이용해 H100 GPU가 탑재된 위성을 지구 궤도로 발사했다.
스타클라우드-1로 불리는 이 위성은 무게 약 60kg으로 소형 냉장고 정도 크기다. 실제 우주 환경에서 AI 연산 장비를 운용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기 위한 장비였다.
스타클라우드가 공개한 장기 구상은 훨씬 거대하다. 회사는 폭과 길이가 각각 약 4km에 달하는 구조물에 태양광 패널과 냉각 시스템을 결합해 5GW급 궤도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이 규모는 현재 대형 지상 데이터센터 단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은 AI 인프라 경쟁의 연장선 상에 있다. AI 모델 규모가 커질수록 연산 능력과 전력 수요가 동시에 늘어나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은 이미 전력 확보 문제로 원전이나 대형 태양광 발전소와 직접 계약을 맺는 방식까지 검토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데이터센터를 북극권이나 해저 인근에 건설해 냉각 비용을 줄이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BNP파리바는 발사 비용 하락과 통신 기술 발전이 이어질 경우 장기적으로 궤도 데이터센터 실험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구글, 아마존, 메타를 지목했다.
이들 기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와 AI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기존에 데이터센터 효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시도를 이미 다 해본 전적이 있기 때문에 비용 효율적이기만 하다면 새로운 컴퓨팅 환경을 실험할 동기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현재 단계에서 궤도 데이터센터는 실험적 개념에 불과하지만 AI 산업이 요구하는 전력과 컴퓨팅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지상 인프라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방식이 기술 기업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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