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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칩, 이제 미국 허락 없이는 못 산다”…트럼프 행정부, 글로벌 반도체 수출 통제 검토

  • 고건 기자
  • 입력 2026.03.06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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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자국 AI 반도체의 해외 판매를 사실상 허가제로 관리하는 새로운 수출 규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와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규제 당국은 최근 AI 반도체 수출에 대한 새로운 규칙 초안을 마련했다.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미국 기업이 만든 AI 칩을 해외로 판매하려면 대부분의 경우 미국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AI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미국 정부의 통제력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초안에는 미국 밖으로 판매되는 AI 칩에 대해 정부 승인을 요구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상에는 미국 기업이 설계하거나 생산한 고성능 AI 칩이 포함되며 대표적으로 엔비디아와 AMD가 만드는 데이터센터용 AI 가속기가 핵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초안의 핵심은 수출 허가 절차다. 지금까지 미국은 특정 국가나 특정 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 수출을 제한해 왔다. 그러나 이번 초안이 도입되면 미국 밖으로 판매되는 AI 칩 대부분이 정부의 검토 대상이 된다. 즉 어느 나라 기업이든 미국 기업의 AI 칩을 대량으로 구매하려면 미국 상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승인 절차는 주문 규모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주문은 기본적인 심사만 거칠 수 있지만 수십억 달러 규모의 대형 거래라면 구매 기업이 속한 국가 정부까지 관여하는 심사가 진행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기술 이전이나 안보 위험을 직접 검토하는 구조다.


이 같은 방안은 미국 정부가 AI 기술 공급망을 전략 자산으로 관리하려는 움직임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최근 몇 년 동안 AI 모델을 훈련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센터용 GPU와 AI 가속기는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대형 언어 모델이나 AI 서비스는 수천 개 이상의 고성능 칩을 동시에 사용하는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필요로 한다. 결국 AI 칩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가 AI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중국을 중심으로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해 왔다. 엔비디아와 AMD는 중국 고객에게 판매할 수 있는 AI 칩 성능을 낮춘 별도 모델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초안은 중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 판매 자체를 허가제로 관리하는 방식이어서 영향 범위가 훨씬 넓다.


다만 규제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초안 단계인 만큼 세부 내용은 바뀔 가능성이 있다. 미국 상무부 역시 현재 다양한 정책 옵션을 검토하는 단계라는 입장을 밝혔다. 

 

상무부는 미국 기술 생태계의 안전한 수출을 추진하는 것이 목표라며 중동 국가와의 기술 협력 등 다양한 협력 모델을 추진해 왔고 이를 제도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무부는 동시에 이전 행정부가 추진했던 ‘AI 디퓨전 규칙’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규칙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하려 했던 AI 기술 확산 관리 정책으로 미국 기술이 특정 국가로 흘러가는 것을 통제하려는 규제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이 규칙이 시행되기 직전에 폐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AI 반도체 수출 정책을 여러 차례 조정해 왔다. 특히 엔비디아의 중국 판매 문제를 두고 규제가 강화됐다가 완화되는 등 방향이 흔들리기도 했다. 

 

최종적으로는 중국 고객에게 판매할 때 미국 상무부가 개별 고객을 승인하는 방식이 채택됐다. 이번 초안은 그보다 훨씬 넓은 범위의 통제 체계를 만들 가능성을 보여준다.


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규제가 미국 반도체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AI 반도체 시장은 현재 엔비디아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AMD가 빠르게 추격하는 구조다. 그러나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 해외 기업이 미국 칩 대신 다른 공급원을 찾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뿐 아니라 유럽과 중동, 동남아 국가들이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이미 여러 국가가 국가 차원의 AI 인프라 구축 계획을 발표했고 일부는 자체 칩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 제품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 이런 움직임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엔비디아는 중국 시장에서 이미 불확실성의 영향을 경험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AI 칩 수출 규제를 검토하는 동안 중국 고객 상당수가 구매 계획을 보류하거나 다른 공급원을 찾았고 이후 일부 고객은 돌아오지 않았다. 규제 논의 자체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운 셈이다.


AI 반도체는 현재 글로벌 기술 경쟁의 중심에 있는 산업이다.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기업은 AI 모델 훈련을 위해 대규모 GPU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있으며 각국 정부도 국가 차원의 AI 컴퓨팅 인프라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AI 칩의 해외 판매를 직접 관리하는 체계를 도입할 경우 반도체 산업과 AI 산업의 공급 구조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이번 정책 초안이 실제 규제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이 AI 반도체를 전략 기술로 보고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방향이 다시 드러나면서 AI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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