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빅테크 애플이 2026년 1월 말 발표한 분기 실적은 숫자만 놓고 보면 흠잡을 데가 없었다. 애플은 해당 분기 매출 1,438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6% 증가한 실적을 공개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 서비스 부문 전반에서 고른 성장이 이어졌고 시장 기대치도 웃돌았다. 그러나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가장 눈에 띈 장면은 AI를 둘러싼 한 질문이었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에릭 우드링은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에게 AI가 가져오는 추가 비용과 수익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물었다.
경쟁사들은 이미 AI 기능을 제품과 서비스에 통합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실제로 얼마나 추가 수익을 얻고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며 애플은 AI를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할 것인지를 질문했다.
빅테크 실적 발표 자리에서 보기 드문 질문이었다. 최근 몇 년간 실리콘밸리에서는 AI 기술 투자 자체가 당위처럼 받아들여졌고 수익 모델에 대한 질문은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 있었다.
팀 쿡의 답변은 조심스러웠다. 그는 애플이 사람들이 사랑하는 제품과 운영체제 전반에 지능을 통합하고 있으며 개인적이면서도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방식으로 AI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접근이 큰 가치를 만들고 이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다양한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가격 정책이나 수익 구조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AI를 통해 얼마를 벌겠다는 수치도 제시되지 않았다. 이 장면은 현재 AI 산업 전반이 안고 있는 공통된 고민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AI는 이미 스마트폰 검색, 사진 편집, 음성 비서, 문서 작성 보조 등 일상적인 기능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이 기존 제품 가격에 얼마나 추가 가치를 더하고 있는지는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애플의 경우 주요 수익원은 여전히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판매와 앱스토어 음악 영상 클라우드 저장공간 등 서비스 구독이다. AI 기능을 별도의 유료 상품으로 판매할 경우 소비자 반발과 규제 리스크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무료로 제공하면 막대한 연산 비용과 연구개발비가 수익성 부담으로 남는다. 이 때문에 애플은 AI를 단기 수익 창출 수단보다는 기기 교체 주기 유지와 생태계 충성도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애플만의 예외가 아니다. 생성형 AI 열풍의 중심에 있는 오픈AI 역시 아직 뚜렷한 수익 전환 시점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픈AI는 챗GPT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막대한 이용자를 확보했지만 대규모 연산 비용과 인프라 투자로 인해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오픈AI가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려면 추가로 수천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AI 서비스가 사회 전반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만드는 방식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번 애플 실적 발표에서 나온 질문이 이례적으로 주목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까지 AI 논의는 기술적 가능성과 시장 지배력 경쟁에 집중돼 왔다.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더 큰 모델을 만들 수 있는지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자본시장은 결국 수익성을 묻기 시작한다.
에릭 우드링의 질문은 애플을 향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빅테크 전반을 향한 질문이다. AI는 이제 실험 단계가 아니라 대규모 상업 서비스로 자리 잡았고 이에 따른 비용 구조와 수익 구조를 설명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애플은 전통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도 수익 모델을 서두르지 않는 전략을 취해왔다. 앱스토어 역시 초기에는 단순한 플랫폼에 가까웠고 이후 수수료 구조가 정착됐다.
애플페이, 애플뮤직, 애플TV플러스 등도 시간이 지나며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AI 역시 당장은 운영체제와 기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기능으로 제공되다가 장기적으로 서비스 매출을 지탱하는 요소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그 과정과 속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드러난 것은 AI 시대에 접어든 빅테크 기업들이 공통으로 마주한 현실이다. AI는 분명 기술적으로 강력하고 사회적 영향력도 크다.
그러나 그것이 기존 사업 모델 안에서 어떻게 돈이 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AI는 이미 충분히 깔렸지만 수익의 경로는 아직 명확히 그려지지 않았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앞으로 빅테크 경쟁의 또 다른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썸네일 사진 출처: 팀 쿡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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