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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AI 법 가이드라인 최종안 공개… 규제 완화 기조 속 빅테크 '숨통'

  • 신상호 기자
  • 입력 2025.03.12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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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이 AI 산업의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 지침인 범용 AI(GPAI) 실행규범의 세 번째 초안을 공개했다. 이번 초안은 오는 5월 최종 지침 확정을 앞두고 발표된 사실상의 마지막 개정안이며 기존보다 완화된 표현들을 담아 기술 기업들의 대응 여지를 넓혀준 것이 특징이다. 

 

범용 AI란 챗GPT처럼 특정 목적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한 작업에 두루 쓰일 수 있는 강력한 AI 모델을 의미한다. 

 

유럽연합은 AI 기술이 가져올 위험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관리하는 위험 기반 규칙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번 지침은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진 모델을 만드는 제조사들이 투명성과 저작권 및 위험 완화 의무를 어떻게 이행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경로를 제시한다. 

 

만약 기업들이 이 규칙을 어길 경우 전 세계 연간 매출의 최대 3%에 달하는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새로운 초안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저작권 관련 규정의 표현이 대폭 유연해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AI 학습을 위해 웹사이트 데이터를 수집할 때 권리자의 요구를 즉각 수용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었으나 이번 안에서는 최선의 노력이나 합리적인 조치 같은 완곡한 표현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는 AI 기업들이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침해 논란에 대해 일종의 도피처를 마련해 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저작권자의 불만 사항을 처리하기 위해 반드시 마련해야 했던 직접적이고 신속한 소통 창구에 관한 의무가 삭제되고 단순히 연락처를 지정하라는 수준으로 후퇴했다. 심지어 AI을 이용해 저작권 침해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신고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기업이 이를 과도한 요구로 간주해 무시할 수 있다는 조항까지 포함됐다.


안전 및 보안 영역에서도 규제 완화 흐름은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연산 능력이 10의 25승 플롭스(FLOPs)를 초과하는 고성능 모델에 대해 시스템적 위험을 관리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이번 초안에서는 이전 단계에서 권고됐던 조치들이 상당 부분 축소되거나 범위가 좁아졌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AI 규제를 혁신의 걸림돌로 규정하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미국의 대외 기조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미국 행정부는 AI의 안전성보다는 기회와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선언하며 유럽의 과도한 규제가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냈다. 

 

실제로 유럽 내에서도 프랑스의 미스트랄 같은 선두 기업들이 기술적 한계를 이유로 규제 준수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책 입안자들을 설득해 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번 초안을 바탕으로 오는 3월 30일까지 추가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친 뒤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AI 기술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사가 상세한 문서 양식을 작성하여 하위 기술 도입 업체에 제공하도록 하는 등의 장치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으나 전반적인 분위기는 초기보다 부드러워졌다. 

 

유럽이 내놓았던 AI 관련 법안들이 미국발 규제 완화 압박과 자국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 우려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이번 실행규범의 최종 확정은 향후 전 세계 AI 규제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앞으로 남은 기간 기술 기업들과 저작권자들 사이의 치열한 막판 신경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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