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출판사와 작가 단체들이 미국 빅테크 기업 메타를 상대로 인공지능 학습 과정에서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은 프랑스에서 생성형 AI와 관련한 저작권 분쟁이 법원 판단 단계로 넘어간 첫 사례로, AI 개발 과정에서 보호된 콘텐츠를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유럽 전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소송은 2025년 3월 파리 법원에 접수됐다. 원고로 나선 곳은 프랑스 출판업계를 대표하는 National Publishing Union, 작가와 작곡가 단체인 National Union of Authors and Composers, 문학인 권익을 대변하는 Society of People of Letters 등 세 단체다.
이들은 메타가 자사 AI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프랑스 작가와 출판사의 책과 기사 등 보호된 저작물을 허가나 보상 없이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단체들이 문제 삼은 핵심은 ‘경제적 기생’이라는 법적 개념이다. 이는 타인이 시간과 자본을 투입해 만든 성과를 무단으로 활용해 경제적 이익을 얻는 행위를 뜻한다.
단체들은 메타가 방대한 문학 작품과 출판물을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로 사용하면서 콘텐츠 제작자에게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고 이를 통해 AI 사업 경쟁력을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 법 체계에서 이 개념은 불공정 경쟁이나 권리 침해 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돼 왔다.
이번 사안의 배경에는 생성형 AI 개발 방식이 있다. 대형언어모델로 불리는 인공지능은 인간 언어를 이해하고 문장을 생성하기 위해 방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한다. 이 과정에서 공개된 웹페이지뿐 아니라 신문 기사, 책, 논문 등 저작권 보호 대상 콘텐츠가 학습 데이터에 포함됐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기술 기업들은 학습 단계는 개별 작품을 그대로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저작권자들은 학습 자체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이용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메타는 미국과 유럽에서 대형언어모델 ‘라마’ 시리즈를 개발하며 AI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기업이다. 이번 소송은 메타가 인공지능 학습을 위해 어떤 자료를 사용했는지와 그 사용이 프랑스 저작권법상 허용되는지 여부를 법원이 판단하게 만든다.
프랑스 출판계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소송을 대형 기술 기업과 콘텐츠 창작자 간의 힘의 불균형을 상징하는 사례로 규정했다. 일부 관계자는 이를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이번 소송이 주목받는 이유는 프랑스가 유럽연합 내에서도 저작권 보호가 강한 국가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은 이미 디지털 단일시장 저작권 지침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의 콘텐츠 이용 책임을 강화해 왔다.
AI 학습과 관련해서도 텍스트 및 데이터 마이닝에 대한 예외 규정을 두고 있으나 권리자가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경우에는 사용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 단체들은 이러한 규정에도 불구하고 메타가 권리자의 선택권을 무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메타를 비롯한 여러 인공지능 기업은 비슷한 소송에 직면해 있다. 다만 미국은 공정 이용이라는 폭넓은 예외 규정을 인정하는 경향이 강해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반면 프랑스와 유럽은 저작권자의 통제권을 더 중시하는 전통이 있어 이번 소송의 법적 판단이 글로벌 인공지능 산업에 미칠 파장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사건은 AI 산업의 성장과 콘텐츠 산업의 이해관계가 본격적으로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했다. 법원이 AI 학습 과정 자체를 저작권 이용으로 인정할 경우 기술 기업들은 데이터 확보 방식과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학습을 독립적인 기술적 과정으로 인정할 경우 콘텐츠 제작자 보호를 강화하려는 유럽 정책 기조와 충돌할 여지도 남는다.
메타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프랑스 법원의 판단이 향후 유럽 전역에서 AI 학습 데이터의 출처 공개와 라이선스 계약 관행을 좌우할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AI 기술 발전과 저작권 보호 사이의 균형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제 본격적인 법적 판단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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