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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휩쓰는 'AI 에이전트' 열풍, 정작 정의는 '제각각'

  • 강혜원 기자
  • 입력 2025.03.2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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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가 AI 에이전트의 잠재력에 열광하며 막대한 자본과 기술을 쏟아붓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올해 안에 에이전트가 실제 노동 현장에 투입되어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 역시 에이전트가 인간의 지식 노동 일부를 완전히 대체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강자인 세일즈포스의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는 자사의 다양한 에이전트 서비스를 앞세워 세계 최고의 디지털 노동 제공업체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 이면에는 에이전트의 정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테크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용어로 떠오른 에이전트는 기존의 생성형 AI과는 궤를 달리한다. 챗GPT로 대표되는 AI 챗봇이 사용자의 질문에 단순히 답변을 생성하거나 정보를 찾아주는 보조 역할에 그쳤다면 에이전트는 사용자를 대신해 복잡한 과업을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주체적인 도구를 지향한다. 

 

에이전트는 마치 비서가 상사의 지시를 듣고 직접 비행기 표를 예약하거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시스템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 용어는 명확한 기준 없이 남발되면서 기술적 의미가 퇴색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구글의 제품 부문 시니어 디렉터인 라이언 살바는 업계가 에이전트라는 단어를 의미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남용하고 있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AI 업계가 기술적 본질보다 마케팅적 수사로 용어를 소비하면서 오히려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시장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서도 에이전트를 정의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한 기업의 에이전트가 다른 기업에서는 보조 프로그램으로 취급받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에이전트를 사용자를 대신해 독립적으로 업무를 완수하는 자동화된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배포한 개발자 문서에서는 에이전트를 특정 지침과 도구를 갖춘 거대언어모델로 정의하며 기술적 범위를 좁혔다. 

 

오픈AI 내부 관계자조차 에이전트와 어시스턴트라는 용어를 혼용하여 사용하면서 정의의 불확실성을 키웠다. 반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에이전트와 어시스턴트를 엄격하게 구분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에이전트를 AI 시대의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으로 보고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존재로 규정했다. 이메일 초안 작성과 같은 일반적인 작업을 돕는 도구는 에이전트가 아닌 어시스턴트로 불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AI 연구소인 앤트로픽은 에이전트의 정의를 다소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들은 장기간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완전 자율 시스템부터 미리 정해진 절차를 엄격히 따르는 처방형 시스템까지 모두 에이전트의 범주에 포함할 수 있다고 본다.

 

세일즈포스의 경우 인간의 개입 없이 고객의 문의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기술적 복잡도에 따라 에이전트를 단순 반사형부터 유틸리티 기반형까지 여섯 가지 단계로 세분화하여 설명한다.


이처럼 정의가 파편화된 배경에는 AI 기술의 급격한 진화와 기업들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맞물려 있다. IDC의 리치 빌러 부사장은 기술 기업들이 빠른 시장 변화 속에서 엄격한 기술적 정의를 고수하기보다는 자신들이 달성하려는 사업적 목적에 맞춰 용어를 재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딥러닝 분야의 권위자인 앤드류 응 교수는 과거에는 에이전트라는 단어에 명확한 기술적 의미가 존재했으나 대형 기술 기업들의 마케팅 경쟁이 시작되면서 그 의미가 희석되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오픈AI의 오퍼레이터나 구글의 프로젝트 마리너 등 시장에 출시된 초기 단계의 에이전트들은 기능과 역량 면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표준화된 정의의 부재는 기업들의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딜로이트의 AI 부문 책임자 짐 로완은 정의의 모호함이 기술 적용의 유연성을 줄 수는 있지만 프로젝트의 성과를 측정하거나 투자 대비 수익률을 산출하는 데 큰 장애물이 된다고 경고했다. 

 

조직 내에서 에이전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합의되지 않으면 기술 도입의 목표가 흔들리고 일관된 결과물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AI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넓은 의미로 쓰이면서 본질이 가려졌던 것처럼 에이전트 역시 단기간에 통일된 정의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에이전트 열풍 속에서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화려한 마케팅 용어에 현혹되지 않는 냉철한 시각이 필요하다. 

 

기업과 사용자 모두 자신이 도입하려는 기술이 단순히 정보를 요약하는 수준인지 아니면 실제로 독립적인 판단을 내려 업무 프로세스를 혁신할 수 있는 수준인지 구체적으로 따져보아야 한다. 기술적 용어의 범람 속에서 본질적인 실행 능력을 검증하는 안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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