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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 ‘사진 촬영 공정’을 줄이는 AI…유통 현장의 자동화

  • 고건 기자
  • 입력 2025.12.23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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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패션 업계에서 눈에 띄는 변화가 하나 포착됐다. 스페인 패션 브랜드 자라(Zara)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상품 이미지를 제작하는 방식을 실제 운영 단계에서 시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화려한 신기술 발표도 없었고 대대적인 전략 선언도 없었다. 대신 기존에 촬영한 실제 모델 사진을 바탕으로 AI가 다른 의상과 스타일을 입힌 이미지를 추가로 만들어내는 방식이 조용히 도입됐다. 모델은 그대로 유지되고 촬영 동의와 보상도 기존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같은 옷을 다른 각도와 배경으로 보여주기 위해 반복되던 촬영 과정을 AI가 대신 처리하는 구조다.


이 방식이 의미 있는 이유는 패션 이미지가 글로벌 유통사에게 가지는 중요성 때문이다. 상품 이미지는 재고 회전 속도와 직결된 핵심 생산물이다. 한 제품이 여러 국가와 온라인 채널에 동시에 노출되려면 지역별 이미지 세트가 필요하고 시즌이 조금만 바뀌어도 다시 촬영을 해야 한다. 

 

옷이 조금 바뀌었을 뿐인데도 스튜디오 섭외와 촬영 인력, 일정 조율이 처음부터 다시 반복되는 일이 흔했다. 

 

자라는 이 반복 구간에 AI를 집어넣었다. 이미 승인된 모델 사진과 포즈를 기준으로 옷과 배경을 바꿔 새로운 컷을 생성하면 촬영 준비와 후반 작업 시간이 크게 줄어든다.


여기서 말하는 생성형 AI는 사진을 ‘새로 상상해서 그리는’ 기술로 오해되기 쉽지만 실제 적용 방식은 다르다. 자라가 쓰는 기술은 기존 이미지를 기반으로 일부 요소를 바꾸는 이미지 합성에 가깝다. AI는 모델의 얼굴과 신체 비율을 그대로 유지한 채 옷의 색상과 질감, 배경 조명 등을 바꿔준다. 

 

사람이 했던 포토 편집과 합성 작업을 기계가 빠르게 반복 수행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 결과물은 브랜드가 관리해온 이미지 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변화는 자라의 기존 운영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자라는 오래전부터 판매 데이터와 재고 흐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생산과 물류를 조정해 왔다. 

 

매장에서 어떤 옷이 빨리 빠지는지, 온라인에서 어떤 이미지가 클릭되는지를 빠르게 반영하는 구조다. 상품 이미지 생산 속도가 빨라지면 물리적 재고와 온라인 노출 사이의 시간 차도 줄어든다. 고객 반응을 보고 이미지를 수정하는 주기도 짧아진다. 

 

한 장의 사진이 바뀌는 속도가 전체 유통 속도를 끌어올리는 셈이다. 이 사례의 핵심은 AI가 업무의 중심에 서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자라의 사진에서는 AI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을 완전히 대체하지도 않는다. 

 

대신 반복이 많고 시간이 오래 걸리던 구간을 압축해 전체 흐름을 빠르게 만든다. 그래서 기업들은 이 변화를 혁신이라고 크게 포장하지 않는다. 운영 효율 개선 정도로만 설명한다.


이런 태도는 AI가 일상 업무의 영역으로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기술이 인프라가 되면 기업은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 비용 절감 수치나 생산성 지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내부적으로 효과가 검증됐기에 조용히 쓰는 것이다. 


자라의 생성형 AI 도입은 큰 사건은 아니지만 다만 기술이 도달할 이유가 없을 것 같던 영역까지 AI가 스며들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촬영 스튜디오, 상품 이미지처럼 사람 손에 의존하던 작업들이 점차 기계와 분업되는 과정이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기 어려워진다. 기업들이 AI를 말하지 않게 될수록 현장에서는 AI가 더 깊이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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