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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쓰라는데 일만 더 늘었다…화난 시애틀 엔지니어들

  • 고건 기자
  • 입력 2025.12.0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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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애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시애틀에는 초대형 기술 기업들이 매우 많다. 캘리포니아나 실리콘밸리보다도 어떻게 보면 더 근본적인 IT의 탄생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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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jonready.com/blog/posts/everyone-in-seattle-hates-ai.html)

 

조용한 항구 도시처럼 보이는 시애틀은 실제로는 북미에서도 손꼽히는 기술 기업 집결지다. 시애틀 도심 한가운데에는 아마존 본사가 자리잡고 있으며 수만 명의 개발자와 연구인력이 이 일대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인근 레드먼드에는 마이크로소프트 본사가 있어 클라우드와 AI, 윈도우 개발 조직이 밀집해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글로벌 빅테크들도 시애틀을 전략적 거점으로 삼고 있다. 메타와 구글을 비롯해 애플, 세일즈포스, 오라클 등이 대규모 엔지니어링 센터를 운영 중이며 이 지역에서 핵심 기능을 개발하는 팀도 적지 않다. 시애틀이 빅테크 기술 개발의 전초기지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질로우, 익스피디아, F5 네트웍스, 번지 등 지역에서 성장한 기술기업까지 더해지면서 시애틀은 사실상 ‘두 번째 실리콘밸리’로 불려왔다. 

 

산업 구조 상당 부분이 테크 기업에 기반하는 이 도시의 내부에서는 AI 확대가 사람들의 자부심과 일상을 거세게 흔들고 있다. 최근 미국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는 글 ‘Everyone in Seattle Hates AI’가 큰 공감을 얻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애틀의 엔지니어들이 AI 그 자체가 싫어진 것이 아니라 AI를 둘러싼 회사의 분위기와 처리 방식 때문에 지쳐버렸다는 것을 폭로하는 이 글에서 글쓴이는 오랜 동료에게 자신이 만든 AI 기반 프로젝트를 보여줬지만 돌아온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고 말한다.

 

정작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평가는 거의 없었고 대신 회사에서 강제로 사용하도록 하는 AI 도구들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자동으로 문서를 써준다는 AI가 엉뚱한 내용을 채워 넣어 오히려 수정 시간이 늘어나고, 코드를 도와준다는 기능도 실제 개발자보다는 관리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형식적 기능으로 느껴진다는 하소연이었다.

 

“회사에서 강제로 쓰게 하는 AI 툴 때문에 일이 더 힘들어졌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AI 문서 작성 도구나 이메일 지원 도구 같은 ‘코파일럿’ 계열 서비스에 대한 불편함이 반복해서 나왔다. 

 

예컨대 자동으로 문서를 만들어주는 기능이 정확하지 않다 보니 수정하는 시간이 더 걸린다는 식의 지적이다. AI가 업무를 돕는 도구가 아니라 부담으로 남는다는 토로다.


배경을 살펴보면 이 감정은 개인적 경험을 넘어 시애틀 전반의 상황과 연결된다. 최근 몇 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은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다. 워싱턴주에서만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는 “AI 활용 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성과 저하나 감원을 정당화하는 흐름을 만들었다. 

 

직원들 사이에서 “AI를 잘 못 쓰면 밀려난다”는 불안감이 퍼지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문제는 정작 내부에서 쓰는 AI 도구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개발자에게는 코드 자동 생성 기능이 도움이 되기는커녕 수정 부담만 늘린다는 비판이 여럿 나온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는 AI 코딩 보조도구를 쓰면 코드 양은 늘어나지만 품질은 떨어져 유지보수 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많은 개발자들이 “AI 덕에 일이 줄어들었다”는 말에 고개를 젓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회사들은 AI 관련 업무를 중심 역할로 분류하고 그렇지 않은 조직은 주변부로 밀어내기 시작했다. AI 프로젝트를 맡으면 승진과 보상이 열리지만 그렇지 않으면 평가가 낮아지는 식이다. 

 

반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분위기가 다르다. 같은 AI 프로젝트라도 호기심과 기대가 섞인 반응이 더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이 완성도가 높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하겠다’는 분위기와 여유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애틀의 엔지니어들이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회사와 조직의 분위기가 이들의 시야를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기술 자체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문제는 그 기술이 회사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느냐다. 

 

시애틀에서 벌어지는 반감은 AI가 잘못 만들어졌기 때문이 아니라 AI 도입이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던 방식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현장의 목소리가 중요한 이유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직원이 스스로 의미를 느끼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없다면, 그 도시는 더 이상 혁신의 중심이 될 수 없다. 시애틀의 고민은 지금 미국 기술 산업 전체가 맞닥뜨린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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