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내부 비상 단계인 ‘코드 레드’를 발동했다는 소식이 트위터를 통해 전해지면서 글로벌 AI 시장에 한 차례 파장이 있었다. 여전히 챗GPT가 가장 유명한 인공지능 서비스지만 오픈AI 내부에서는 “지금이 결정적 순간”이라는 위기감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사진 출처: FT 트위터)
배경에는 구글의 최신 AI 모델인 ‘제미니 3’와 앤트로픽의 ‘클로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다는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오픈AI가 AI 시대를 연 주역이라는 상징성만으로 시장을 지켜낼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오픈AI가 발령한 ‘코드 레드’는 회사 내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비상 신호다. 이는 특정 서비스가 경쟁에서 밀리거나 시장에서 위험 신호가 감지될 때 전사적 대응을 지시하는 단계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는 챗GPT 개선이 핵심 목표다.
내부 메모에 따르면 샘 앨트먼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에게 “지금은 챗GPT에게 중요한 시기다. 속도와 안정성, 개인화 기능을 모두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회사가 준비 중이던 광고 모델, 쇼핑을 돕는 AI 서비스, 개인 비서 프로젝트 등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말 그대로 모든 자원을 챗GPT 본체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선언이다.
하필이면 지금 위기 경보가 울린 이유가 있다. 구글은 올해 11월 공개한 제미니 3로 AI 경쟁 판도를 흔들어 놓았다. 제미니 3는 텍스트와 이미지 처리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고 긴 문서를 분석하는 능력도 크게 개선됐다. 이런 성능은 기업용 서비스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층에서도 체감될 만큼 격차를 좁혔다.
유명 기업인이나 개발자들이 “챗GPT 대신 제미니를 쓰기 시작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사례까지 나오면서 오픈AI 내부의 긴장감은 더욱 커졌다.
앤트로픽의 존재도 부담이다. 앤트로픽은 ‘선언보다 실제 성능’에 집중하며 조용히 시장 점유율을 늘려 왔고 최신 모델은 코딩과 문서 작업 영역에서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사 CEO가 공개석상에서 오픈AI의 코드 레드 발표를 빗대 “우리는 그런 걸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도 업계에서 회자됐다. AI 시장이 기술 중심에서 실전 성능 경쟁으로 넘어가면서 오픈AI의 절대적 우위는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 됐다.
시장 구조를 보면 위기감이 더 분명해진다. 챗GPT는 주간 이용자가 8억 명에 달해 여전히 압도적인 규모를 가진다. 그럼에도 구글이 보유한 인프라의 힘은 무시하기 어렵다. 구글은 AI를 구동하는 데이터센터와 자체 칩, 검색 트래픽까지 모두 한 곳에 묶어 운용할 수 있다. 이는 비용을 줄이고 속도를 올리는 데 유리하다.
반면 오픈AI는 연 매출이 급증하는 속도보다 비용 증가가 더 크다는 분석이 여러 곳에서 나온다. 회사는 앞으로 8년간 데이터센터에 1조4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투자 속도와 수익화 구조가 맞물리지 않으면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런 배경 속에서 오픈AI가 챗GPT 전면 재정비에 돌입하는 것은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에 가깝다. 회사가 수익 모델 확대를 위해 준비하던 여러 신사업을 미루고 가장 본질적인 질문, 즉 “챗GPT가 경쟁사보다 확실하게 뛰어나야 유지되는 회사”라는 사실을 재확인한 셈이다.
AI 시장은 출시 속도와 기술 발표만으로 승패가 갈리던 초기 단계에서 벗어나 실제 사용자 경험과 성능이 가치를 결정하는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다. 오픈AI가 내린 결정은 이 흐름을 정면으로 받아들인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코드 레드 선언이 챗GPT의 반등 계기가 될지, 아니면 오픈AI가 더 큰 압박을 받는 전환점이 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AI 시장은 이제 초창기의 구도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다. 챗GPT가 세상을 뒤흔든 2022년과 달리 경쟁사는 많아졌고 기술은 훨씬 빨리 발전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은 선두 주자가 얼마든지 후발 주자 좋은 일만 시켜주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 AI 업계다.
AI 패권 경쟁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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