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일하는 방식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지만 “어디까지 맡겨도 되는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복잡하다. 모델이 강력해질수록 활용 기회도 넓어지지만 예상 밖 오류나 과도한 의존으로 인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워튼 대학교 부교수이자 인공지능 연구자이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코인텔리전스(Co-Intelligence)의 저자인 이선 몰릭(Ethan Mollick)은 최근 ‘AI를 언제 쓰면 좋은지, 언제 쓰면 안 되는지’라는 주제로 실전 경험을 토대로 한 지침을 내놓았다.
그가 제시한 첫 번째 기준은 ‘양이 중요할 때’다. 아이디어 발상처럼 많이 뽑을수록 좋은 발상이 나올 가능성이 높을 때 AI는 탁월하다.
사람은 10개쯤 생각하면 피곤해지지만 AI는 수백 개도 어렵지 않게 만든다. 같은 맥락에서 ‘전문가가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작업’ 역시 AI가 적합하다. 예를 들어 난도가 높은 학술 문제라도 결과의 옳고 그름을 즉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AI를 유용한 보조 도구로 쓸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전혀 모르는 분야라면 AI의 오류를 걸러내기 어렵다.
대량 문서 요약처럼 ‘긴 내용을 짧게 줄이는 작업’도 활용도가 높다. 다만 사실 확인에는 약하기 때문에 중요한 보고서보다는 큰 흐름을 파악하는 용도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조직마다 다른 문서 수준을 맞춰야 하는 ‘시각과 난이도 조정’ 작업에도 AI는 유용하다.
같은 내용을 초보자용 교육 자료, 관리자용 요약본, 기술팀 보고서처럼 각기 다른 스타일로 바꾸는 역할을 잘 수행하기 때문이다.
작업의 흐름을 끊지 않게 해주는 ‘막힘 해결 도구’로도 AI는 도움을 준다. 글을 쓰다가 특정 문장이 막힐 때 이어질 문장 후보를 여러 개 받아보면 새로운 방향이 쉽게 열린다는 설명이다. 또한 ‘접근 가능한 인간이 없을 때’도 AI가 유리하다. 예컨대 특별한 통계 분석처럼 주변에 전문가가 없으면 AI가 더 나은 대안을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
몰릭은 AI를 ‘독서 동반자’로 쓰는 방식을 추천한다. 어려운 글을 읽을 때 궁금한 점을 바로 물을 수 있어 이해도가 올라간다는 이유다. 이와 함께 편집자처럼 여러 버전의 문장을 만들어 주는 ‘다양성 제공’ 기능도 강점으로 꼽힌다. 15가지 다른 스타일로 문장을 바꿔달라고 요청하면 사람이 떠올리기 힘든 표현도 쉽게 제시해준다.
연구 결과가 뒷받침된 ‘코딩 보조’도 확실한 강점으로 언급됐다. 코드 생성뿐 아니라 버그 탐색, 함수 분리 등 반복적인 개발 업무에 큰 도움이 된다는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다. 특정 상황을 가정한 ‘받는 사람 관점 시뮬레이션’, 예를 들어 호의적인 독자나 반대하는 독자의 반응을 예측하는 작업도 AI의 활용도가 크다.
초보 창업자에게는 ‘약한 공동창업자 역할’도 수행한다. 사업계획서, 데모 문서, 고객 질문 목록처럼 거의 모든 영역을 도와주기 때문에 혼자서도 많은 일을 진행할 수 있다. 허구 인물이나 특정 소비자 페르소나의 시각을 재현하는 ‘관점 생성’ 역시 유용한 활용처다.
업무 중에서 의미가 거의 사라진 ‘형식적 반복 작업’을 줄이는 데도 AI가 효과적이다. 누구도 자세히 읽지 않는 정형 보고서나 반복 문구 입력 같은 작업을 AI에게 맡기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두 번째 의견’을 얻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같은 데이터를 AI에게 보여주고 결과가 일치하는지 비교하면 오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몰릭은 이 모든 영역을 넘어 장기적으로는 ‘AI가 인간보다 확실히 잘하는 작업’의 범주가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반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할 상황도 명확히 제시했다. 먼저 ‘새로운 개념을 배워야 할 때’는 AI가 도움을 줄 수 있어도 학습 자체를 대신할 수 없다. 스스로 시간을 들여 읽고 생각해야 하는 부분까지 맡기면 이해가 얕아진다는 경고다.
또한 ‘정확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서는 AI가 위험하다고 말한다. 오류가 있을 때 그 오류가 매우 그럴듯하게 보이는 특성 때문에 사용자가 잘못된 답을 진짜로 믿어버릴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AI의 오류 패턴을 모를 때’도 사용을 피해야 한다.
AI를 아주 많이 쓴다면 AI가 주로 어떤 부분에서 오류를 범하는지가 보이지만, 그 전까지는 잘못된 정보를 자신 있게 주장하거나 사용자의 틀린 답을 맞다고 맞장구치는 AI의 오류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AI는 인간과는 다른 실패 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노력이 본질인 작업’도 AI에 넘겨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글쓰기 훈련, 학문적 탐구, 문제 해결 과정처럼 반복 고민이 핵심인 영역을 AI로 대체하면 성장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AI가 못하는 영역’을 직감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한다.
AI는 뜻밖의 부분에서 무능하고 뜻밖의 부분에서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실제 사용을 반복하며 감각을 길러야만 한다는 조언이다.
몰릭은 “언제 AI를 써야 하는지 아는 것 자체가 하나의 지혜”라고 강조한다. AI가 유용한 이유는 사람이 이미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분야에서 더 빠르게 검증하고 보완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며 반대로 깊은 학습이 필요한 순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직접 구분해야 한다는 의미다.
AI 기술이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계속 발전하는 만큼, 우리 자신만의 AI 활용 기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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