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AI 기업들이 연말 대목을 앞두고 온라인 쇼핑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챗봇 플랫폼을 운영하는 오픈AI와 퍼플렉시티가 잇달아 ‘AI 쇼핑 어시스턴트’ 기능을 공개하면서 기존 패션·인테리어 분야에서 활동하던 특화 AI 쇼핑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경쟁 환경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픈AI는 사용자가 챗GPT에 “15인치 이상 화면을 가진 1000달러 이하 게이밍 노트북을 찾아줘”처럼 물어보면 제품 비교, 가격 확인, 리뷰 요약까지 한 번에 처리해주는 기능을 선보였다.
사용자가 가진 옷 사진을 업로드하면 비슷한 디자인의 저렴한 상품을 바로 추천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별도로 쇼핑 사이트를 여러 개 열 필요 없이 대화형 화면에서 제품 탐색부터 의사결정까지 이어지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퍼플렉시티도 같은 방향을 택했다. 퍼플렉시티는 “챗봇이 기억한 사용자 취향을 기반으로 맞춤 쇼핑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사는 지역, 예산, 직업 등 이전 대화 정보가 반영되어 추천 품질을 높이는 방식이다.
퍼플렉시티는 자체 검색 인덱스를 구축했으며 검색 의존도를 낮췄다는 점도 언급했다. 검색 인덱스는 인터넷의 웹페이지를 모아 통합 정리한 일종의 데이터베이스로, 이를 기반으로 AI가 더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구성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dobe는 올해 연말 온라인 쇼핑에서 AI가 개입한 구매가 작년 대비 520%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가 사용자의 취향 분석과 제품 비교를 대신해주면서 구매 과정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이런 흐름은 AI 쇼핑 특화 스타트업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테리어 추천을 해주는 Onton(구 Deft)의 CEO 잭 허드슨은 “챗GPT나 퍼플렉시티는 결국 기존 검색 엔진이 제공하는 결과에 기반해 답을 구성한다”며 “상품 데이터를 직접 모아 가공해 모델을 훈련하는 특화 서비스와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고 말했다.
Onton은 수십만 개의 가구·인테리어 상품을 자체적으로 정제해 카탈로그화하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분야에 맞춘 세부 데이터를 직접 확보해야 추천 품질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패션 업계 전문가 역시 비슷한 의견이다. 패션 쇼핑 플랫폼 Daydream을 이끄는 줄리 본스타인은 “드레스나 코트처럼 감정과 취향이 강하게 작용하는 상품은 검색이 잘 작동하지 않았고, 이를 보완하려면 실루엣·소재·착용 목적 같은 개별 속성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패션 추천이 TV 추천보다 어려운 이유다.
실제로 Onton과 Daydream 같은 스타트업들은 최근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Onton은 지난 분기 75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았고, 패션 분야에 generative AI를 적용한 Daydream 역시 정식 론칭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AI 쇼핑 시장 전체도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nsightAce는 AI 쇼핑 어시스턴트 시장이 2024년 43억 달러에서 2034년 419억 달러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오픈AI와 퍼플렉시티가 가진 장점도 뚜렷하다. 두 회사는 이미 수억 명의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어 신규 서비스라도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오픈AI는 Shopify와, 퍼플렉시티는 PayPal과 각각 제휴해 결제 단계를 대화형 화면 안에서 바로 처리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기존 스타트업들이 외부 쇼핑몰로 사용자를 이동시켜야 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AI 모델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비용도 변수다. 챗GPT처럼 대규모 모델을 돌리기 위해서는 서버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쇼핑 관련 광고나 리테일러 협업을 통해 수익 기반을 넓히려 할 가능성이 크다. 검색 결과 안에 광고형 상품을 배치해 수익을 올리는 구글·아마존의 방식과 비슷한 전략이다.
하지만 광고 중심 모델이 도입될 경우 사용자가 불편을 느낄 가능성도 있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이 검색 결과가 과도하게 광고에 치우쳐 있다는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AI 쇼핑 어시스턴트가 광고 중심 구조를 그대로 따를 경우 기존 검색의 문제점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향후 시장 구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대형 챗봇 플랫폼이 대중성을 기반으로 쇼핑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반면, 패션·인테리어처럼 취향과 스타일이 중요하고 제품 속성 이해가 필요한 영역은 특화 모델이 더 강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밀한 추천을 위해서는 분류 체계, 색상 코드, 재질 정보처럼 분야별 전문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AI 쇼핑 경쟁은 이제 시작 단계다. 대형 챗봇 기업과 특화 스타트업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어떤 경험을 더 편리하고 신뢰할 만하다고 느끼느냐에 따라 향후 시장 판도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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